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바퀴 달린 집’ vs 미국 ‘Tiny House Nation’

manualnews 2025. 7. 3. 09:22

현대인의 삶에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정체성,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특히 예능 콘텐츠 속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이야기를 이끌고 감정을 유도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서사 도구로 활용된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이동형 공간 예능’은 고정된 스튜디오나 집이 아닌, 움직이는 집, 작고 유연한 공간을 중심으로 일상을 풀어가는 새로운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바퀴 달린 집’과 미국의 ‘Tiny House Nation’은 바로 이러한 이색 공간 콘텐츠의 대표 사례다. ‘바퀴 달린 집’은 배우들이 직접 이동형 주택을 끌고 전국을 누비며 생활하는 ‘소형 주거 힐링 예능’으로, 소박한 삶의 미학을 조명한다. 반면 ‘Tiny House Nation’은 미국 전역을 돌며 고객에게 맞는 ‘초소형 이동형 주택’을 설계·제작해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제한된 공간 안에서의 삶을 조명하며, 단순한 예능을 넘어 현대인의 주거 트렌드와 가치관을 드러낸다. 이 글에서는 ‘바퀴 달린 집’과 ‘Tiny House Nation’을 비교해, 이동형 공간 예능이 어떻게 ‘공간’을 스토리로 확장시키는지, 그리고 문화적 코드에 따라 공간이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를 심층 분석한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바퀴 달린 집’ vs 미국 ‘Tiny House Nation’

 한국 ‘바퀴 달린 집’: 느림과 소박함의 감성 라이프 연출

tvN의 ‘바퀴 달린 집’은 2020년 첫 방송 이후 ‘이동형 주거’라는 신선한 콘셉트와 감성적인 연출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동이 가능한 소형 주택에 배우들이 함께 머물며 자연 속에서 잠시 살아보는 형태로 구성된다. 여기서 핵심은 ‘공간’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와 감정이다. 출연자들은 아침을 만들고, 이웃을 초대하며, 풍경을 바라보는 등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일상의 소소함을 콘텐츠로 풀어낸다.

‘바퀴 달린 집’의 공간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관계의 밀도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작고 단순한 주거공간은 인간관계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삶의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시청자는 ‘넓고 화려한 공간’이 아니라, ‘작지만 따뜻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교감에 감정 이입하게 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정(情) 문화’를 기반으로,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조용히 함께 있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을 강조한다.

또한 제작진은 편집, 음악, 자연음 활용 등을 통해 감성적 정서 강화에 집중하며, 시청자에게 일종의 ‘디지털 명상’ 효과를 선사한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의 빠른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잠깐의 ‘대피소’ 같은 콘텐츠로 기능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 소비보다는 존재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상적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일정 부분 연출된 평화로움과 낭만이며, 실제 이동형 주거의 불편함은 거의 다뤄지지 않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미국 ‘Tiny House Nation’: 맞춤형 설계와 실용성 중심의 공간 콘텐츠

미국의 ‘Tiny House Nation’은 2014년부터 방영된 정보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작지만 효율적인 집을 설계해주는 리노베이션 포맷이다. 이 프로그램은 소형 주택을 통해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맞춤형 이동형 공간을 제공하며, 건축 기술, 공간 효율성, 라이프스타일 맞춤화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어떻게 작은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디자인할 것인가’이며, 시청자는 그 설계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정보와 영감을 얻게 된다.

이 포맷은 ‘공간’을 기능성과 실용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부부, 은퇴 부부, 싱글, 반려동물 중심 가구 등 다양한 삶의 패턴에 맞는 맞춤형 설계를 제시하고, 주거 공간이 개인의 가치관과 목표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바퀴 달린 집’이 감성적이고 정서 중심이라면, ‘Tiny House Nation’은 공학적 사고와 실생활 활용도에 초점을 맞춘다. 매 에피소드는 실제 공사 과정, 설계의 문제 해결, 예산 조율 등의 현실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유보다 삶의 질”이라는 메시지를 실용적 언어로 풀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주택 리모델링 쇼’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와 개인의 삶에 대한 철학을 함께 담아낸다는 점이다. 집을 줄이는 과정은 단순히 공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복잡함을 정리하고 본질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미국 사회에서 ‘작은 집 운동(Tiny House Movement)’이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번진 배경에는, 경제 위기, 주택 문제, 환경 인식 변화 등이 있었고, 이 프로그램은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의미를 더한다.

두 포맷의 문화적 코드와 ‘이동형 공간’ 콘텐츠의 확장성

‘바퀴 달린 집’과 ‘Tiny House Nation’은 모두 이동형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하지만, 각기 다른 문화와 콘텐츠 전략이 적용되어 있다. 한국의 ‘바퀴 달린 집’은 관계, 감성, 힐링, 풍경에 집중하며, 시청자에게 ‘마음의 쉼터’를 제공한다. 반면 미국의 ‘Tiny House Nation’은 기술, 실용성, 맞춤화,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거의 본질에 대해 실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의 주거 문화, 방송 콘텐츠 소비 방식,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여전히 공간을 정서적 커뮤니티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며, 방송에서도 ‘따뜻한 집’이라는 감성적 요소가 중요하다. 반면 미국은 자기 주도적 삶, 이동성과 유연성, 주거의 기능적 자립을 콘텐츠로 전면에 내세운다. 이 때문에 같은 ‘작은 공간’이라도, 하나는 ‘힐링’이고 다른 하나는 ‘혁신’으로 읽히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콘텐츠 관점에서 보면, ‘Tiny House Nation’은 전 세계 다양한 주거 환경에 맞춰 현지화 포맷이 가능한 반면, ‘바퀴 달린 집’은 한국 정서와 출연진의 관계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 수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포맷 모두 공간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포맷의 진보를 이뤘다. 앞으로 이동형 공간 콘텐츠는 단순한 공간 체험을 넘어서, 삶의 방식, 자아 탐색,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질문을 담아내는 새로운 장르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