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그것이 알고싶다’ vs 미국 ‘60 Minutes’

manualnews 2025. 7. 8. 14:00

디지털 기술과 개인 미디어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뉴스의 속도와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진실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탐사 보도’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단순한 팩트 전달이 아닌, 사건의 배경과 구조, 인간적 서사까지 추적하는 콘텐츠가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 결과 탐사 보도는 뉴스뿐 아니라 예능적 서사와 결합하여 ‘탐사형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두 프로그램이 한국의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미국 CBS의 ‘60 Minutes’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1992년부터 방영된 한국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상징으로, 사회 고발, 미제 사건, 범죄, 음모론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드라마틱한 내러티브와 시각적 연출로 대중성과 정보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반면 ‘60 Minutes’는 1968년 첫 방송 이래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정치, 경제, 과학, 범죄 등 광범위한 주제를 인터뷰와 내레이션 중심으로 보도하며, 저널리즘의 품격을 유지한 채 시청률까지 잡은 롱런 포맷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진실을 추적하지만, 구성 방식, 취재 전략, 시청자 몰입 방식, 감정 연출의 방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그것이 알고싶다’와 ‘60 Minutes’를 비교하여, 탐사형 콘텐츠가 국가별로 어떻게 진화했고, 어떤 저널리즘 윤리와 오락적 전략을 결합했는지를 살펴본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그것이 알고싶다’ vs 미국 ‘60 Minutes’

한국 ‘그것이 알고싶다’: 감정과 몰입을 유도하는 드라마형 탐사 콘텐츠

‘그것이 알고싶다’는 한국 사회에서 ‘진실 추적’이라는 키워드로 대중적 신뢰를 얻은 유일한 장수 탐사형 예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범죄 사건, 사회 구조적 부조리, 종교 단체의 비리, 음모론, 실종사건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깊이 있는 취재와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사건의 내막을 조명한다. 프로그램의 기본 구조는 사건의 제보 또는 공론화 → 자료 조사 → 현장 취재 → 관계자 인터뷰 → 전문가 분석 → 결론 혹은 질문 제기의 단계로 이뤄진다.

‘그알’의 특징은 심리적 몰입을 극대화하는 연출 방식이다. 내레이션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사건을 서서히 전개하며, 배경 음악은 불안감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재현 드라마, 인포그래픽, CCTV 영상, 인터뷰 클로즈업을 활용해 사건을 마치 체험하는 듯한 감정 몰입 구조를 만든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건 속 인물들의 입장에 깊이 공감하고 분노하도록 감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한 ‘그것이 알고싶다’는 권력 비판과 사회고발의 기능을 강하게 수행한다. 경찰 수사 미진, 정치권의 방임, 언론의 외면 등을 지적하면서, 방송 이후 사건이 재조사되거나 공론화되어 실제 변화가 발생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영향력은 시청자로 하여금 프로그램을 ‘정보’가 아니라 ‘사회적 참여’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즉, ‘그알’은 탐사보도의 기능과 공감형 대중 콘텐츠로서의 포맷을 결합한 한국형 저널리즘 예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감정 연출의 강도가 높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에서는 사건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포장하거나, ‘결론 없는 의혹 제기’로 끝나는 경우도 지적된다. 이는 감정 기반 몰입 콘텐츠가 가지는 정보 객관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알고싶다’는 진실을 쫓는 서사의 대표 브랜드로, 한국 시청자의 심리에 깊숙이 자리잡은 콘텐츠다.

미국 ‘60 Minutes’: 인터뷰와 분석 중심의 정통 저널리즘 포맷

‘60 Minutes’는 미국 CBS에서 1968년부터 방영된 탐사보도 시사 프로그램으로, 인터뷰 중심의 심층 보도 포맷을 통해 수십 년간 시청자의 신뢰를 받아왔다. 이 프로그램은 1시간 동안 세 개 내외의 주요 보도 아이템을 구성하며, 각 아이템은 담당 기자가 직접 출연해 인터뷰하고 해설하며 사건의 흐름을 조망한다. 드라마적 장치나 감정 편집을 최소화하고, 철저히 사실 기반의 구성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그알’과는 결이 다르다.

‘60 Minutes’의 핵심은 인터뷰의 정교함과 팩트 중심의 내러티브 구조다. 프로그램은 대통령, CEO, 고위 정보기관 관계자, 민간 고발자, 과학자 등 각 분야 최고 인물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질문은 정치적 중립성과 치밀한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방송 중간에 삽입되는 도표, 인용 보도, 과거 발언 등은 인터뷰 내용을 보완하며,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나열한다.

연출은 절제돼 있다. 배경음악 사용은 거의 없고, 카메라는 인물 중심의 롱테이크와 클로즈업을 병행해 시청자와 인터뷰 대상자의 심리적 거리를 최소화한다. 감정을 유도하지 않고, 팩트를 중심으로 정보를 정렬해나가는 이 방식은 ‘60 Minutes’가 미국 내 고급 저널리즘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핵심 요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60 Minutes’가 50년 넘게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과 톤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시청자들이 탐사보도를 ‘드라마틱한 전개’보다는 ‘철저한 사실과 균형 있는 시선’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시청자 문화를 반영한다. 결과적으로 ‘60 Minutes’는 뉴스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정책 변화에 영향을 주는 언론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비교 분석 :감정 중심 vs 사실 중심, 탐사 포맷의 문화적 진화

‘그것이 알고싶다’와 ‘60 Minutes’는 모두 탐사형 보도 포맷이지만, 사건 구성 방식, 감정 설계, 시청자 유도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그알’은 사건을 중심으로 긴장감과 몰입을 유도하는 서사형 예능이라면, 미국의 ‘60 Minutes’는 인물을 중심으로 신뢰성과 분석을 강조하는 정통 저널리즘 포맷이다. 전자는 공감과 감정을 중심으로, 후자는 신뢰와 정보의 정확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차이는 각국의 언론 문화와 시청자 수용 방식에 기인한다. 한국은 공감 중심의 감성 콘텐츠에 익숙하며, 정보 또한 드라마적 전개를 통해 이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그알’은 사건을 미스터리처럼 구성해 시청자에게 ‘같이 추적하는 느낌’을 제공하고, 감정적 연대와 분노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한다. 반면 미국은 개인의 판단, 객관적 데이터, 인터뷰에 기반한 정보 구성을 중시하고, 시청자는 정보의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한다.

또한 방송 이후 사회적 영향력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알’은 시청자 반응과 온라인 여론을 기반으로 실제 수사나 입법, 제도 개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반면 ‘60 Minutes’는 보도 자체가 정치적 압박 수단 또는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는 구조적 보도 장치로 작동한다. 이처럼 두 프로그램은 단순 보도 콘텐츠를 넘어 사회 변화의 촉매제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결론적으로, ‘그것이 알고싶다’는 감정 몰입을 통한 진실 추적형 포맷, ‘60 Minutes’는 팩트 기반의 심층 인터뷰형 보도 포맷으로 각각의 강점을 가진다. 이 둘은 각국의 언론 환경, 시청자 감정 소비 방식, 탐사보도의 역할에 따라 진화해왔으며, 탐사형 콘텐츠가 어디까지 예능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