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심야괴담회’ vs 미국 ‘Unsolved Mysteries’

manualnews 2025. 7. 9. 20:00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에 매혹된다. 그것이 비이성적인 공포든, 설명 불가능한 현상이든, ‘미스터리’라는 요소는 늘 이야깃거리의 중심에 있다. 방송 콘텐츠가 이 요소를 받아들이면, 그것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감정 설계된 체험 콘텐츠가 된다. 특히 미스터리나 괴담을 다루는 콘텐츠는 단순히 무서움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시청자의 상상력, 불안감, 인간 심리에 대한 긴장감을 자극하면서 스토리텔링 중심의 예능 혹은 다큐로 발전해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공포 연출 전략도 다르게 발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의 MBC ‘심야괴담회’와 미국의 ‘Unsolved Mysteries’다. ‘심야괴담회’는 국내 일반인들이 체험한 괴담을 패널들이 소개하고 평가하며,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도 유머와 현실감을 가미한 미스터리 예능이다. 반면 ‘Unsolved Mysteries’는 실종, 살인, 초자연현상 등 미해결 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형 미스터리 콘텐츠로, 공포보다 현실과 진실의 이면을 쫓는 구조를 갖는다.

두 프로그램 모두 ‘미스터리’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연출 구조, 감정 설계, 공포의 본질, 시청자 몰입 방식에서 완전히 다른 전략을 펼친다. 이 글에서는 ‘심야괴담회’와 ‘Unsolved Mysteries’를 비교 분석하여,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미스터리와 공포를 해석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는지를 살펴본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심야괴담회’ vs 미국 ‘Unsolved Mysteries’

한국 ‘심야괴담회’: 오싹함과 웃음이 공존하는 괴담형 예능 포맷

MBC의 ‘심야괴담회’는 2021년 파일럿 방송을 시작으로 정규 편성된 한국형 미스터리 예능으로, 일반인의 실제 체험담을 중심으로 패널이 사연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괴담 오디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공포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통적인 예능 문법을 그대로 가져와, ‘무섭지만 유쾌하고, 현실적이지만 상상력이 가미된’ 복합 감정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심야괴담회’의 핵심은 서사 구조에 있다. 패널이 사연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이 과정에서 사연자의 말투, 이야기의 강약, 배경 설명, 반전 요소 등을 통해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한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되는 BGM, 효과음, 그림자 연출, 조명 변화, 재연 영상은 오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스튜디오 안에서 패널들이 놀라고 반응하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같이 듣는 공포’라는 집단 체험감을 형성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성’과 ‘공포성’의 균형이 뛰어나다. 공포 이야기만 계속되면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이이경, 장도연, 황제성 등 개그 기반의 MC들이 중간중간 유쾌하게 반전시켜 오히려 시청자의 긴장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 구조는 한국 시청자들이 공포를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닌, ‘재미있는 감정’으로 소비하는 정서 코드를 반영한다.

또한 ‘심야괴담회’는 시청자의 참여성을 강화한다. 일반인의 괴담이 콘텐츠의 중심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도 방송될 수 있다”는 심리적 거리감이 콘텐츠의 확장성으로 작용한다. 이는 한국 예능이 가지는 ‘참여 기반 콘텐츠 구조’의 전형적인 특징이며, 공포라는 감정을 공동체적 놀이 문화로 승화시킨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Unsolved Mysteries’: 현실 기반의 공포, 구조적 미스터리를 파헤치다

미국의 ‘Unsolved Mysteries’는 1987년 NBC에서 시작된 장수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현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리부트되며 다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미해결 사건, 실종자, 살인, 초자연 현상, UFO 목격담 등을 다룬다. 기본적으로 실제 사건의 기록과 증언을 기반으로 한 재구성 콘텐츠이며, 공포보다는 불확실성과 진실 추적에 초점을 둔 형식이다.

‘Unsolved Mysteries’의 가장 큰 특징은 극도로 절제된 감정 연출이다.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판단의 주체가 되도록 유도하며, 사건의 흐름을 차분하게 제시한다. 연출은 다큐 형식을 따르되, 재연 영상과 인터뷰, 뉴스 아카이브, 경찰 수사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구성해 ‘설득력 있는 미스터리’를 완성한다. 이는 미국 시청자들이 팩트에 기반한 불가사의에 더 깊이 몰입하는 문화적 성향을 반영한다.

공포 연출 역시 심리적 긴장감 조성에 초점을 둔다. 무서운 음악이나 장면보다, 실종자의 마지막 행적, 설명되지 않는 물증, 시간대의 모순 등을 조명하면서 시청자의 추론을 자극한다. 특히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엔딩은 공포보다는 불안과 현실감에서 오는 오싹함을 유도한다. 이는 허구보다 실제를 더 무서워하는 시청자 심리를 교묘히 건드리는 전략이다.

또한 ‘Unsolved Mysteries’는 사건 해결에 대한 집단 지성을 자극한다. 방송 후 실제 제보가 들어와 사건이 해결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시청자는 단순 시청자가 아닌 ‘공범자’ 혹은 ‘탐정’의 위치에서 콘텐츠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미국 미디어가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시민 참여형 탐사 포맷의 발전형이라 할 수 있다. 즉, 이 프로그램은 공포보다는 사회의 어두운 구조와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미스터리 다큐에 가깝다.

비교 분석:놀이로 소비하는 괴담 vs 현실로 마주하는 불가사의

‘심야괴담회’와 ‘Unsolved Mysteries’는 모두 미스터리 서사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이지만, 공포를 구성하는 방식, 시청자의 감정 소비 전략, 연출의 구조적 방향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심야괴담회’는 개인의 이야기와 집단 반응을 중심으로 공포를 ‘공유 가능한 놀이’로 전환시킨 예능이고, 미국의 ‘Unsolved Mysteries’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공포를 ‘현실적인 불안과 사회적 경고’로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다.

‘심야괴담회’는 공포를 경험보다 이야기로 소비한다. 그 속에서 시청자는 무섭다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출연진의 리액션과 스튜디오 분위기를 통해 안도와 웃음을 교차로 경험한다. 이는 한국 콘텐츠가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를 유희화하는 데 능숙한 연출 문법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Unsolved Mysteries’는 공포를 정보화하며, 시청자가 스스로 불안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시청자는 이야기의 결말이 없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리적 여운과 무거운 감정을 안고 프로그램을 종료하게 된다.

또한 콘텐츠의 목적 자체도 다르다. ‘심야괴담회’는 공감형 콘텐츠로서 집단적 긴장과 놀이를 중심에 두며, 미스터리를 통해 무섭고도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Unsolved Mysteries’는 사회의 불안 요소를 고발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며, 참여를 유도하는 공공적 목적성을 갖는다. 이는 단순한 공포가 아닌 사회 구조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미스터리’를 다루면서도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다. ‘심야괴담회’는 공포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예능형 콘텐츠이며, ‘Unsolved Mysteries’는 공포를 무겁게 감각하게 만드는 다큐형 콘텐츠다. 이 두 콘텐츠는 각 나라의 공포 소비 방식, 서사의 구조, 시청자의 몰입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미스터리 콘텐츠가 문화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비교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