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비디오스타’ vs 미국 ‘The Talk’

manualnews 2025. 7. 10. 15:00

현대 방송 콘텐츠에서 ‘토크쇼’는 단순한 대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토크는 말하는 사람의 정체성과 가치관, 감정, 경험이 드러나는 방식이고, 이 대화를 어떻게 연출하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색깔이 결정된다. 특히 ‘여성 중심 토크쇼’는 오랫동안 남성 중심 예능이 주류였던 미디어 시장에서 여성의 시각, 경험, 공감 코드를 담아내며 새로운 콘텐츠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MBC every1 ‘비디오스타’와 미국 CBS의 ‘The Talk’는 각각 여성 MC들을 중심으로 ‘말하는 방식’, ‘게스트를 대하는 방식’, ‘이야기의 깊이와 폭’을 다르게 설계해왔다. ‘비디오스타’는 가벼운 유머와 연예계 중심의 비하인드 토크로 사랑받아온 연예 토크 중심의 예능형 쇼고, ‘The Talk’는 여성 MC들이 사회 이슈부터 개인사까지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논하는 시사·감정 중심의 데일리 토크쇼다.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진행되며 여성 중심 진행자가 핵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내용 구성, 감정 연출, 출연자의 역할, 시청자와의 거리감에서는 전혀 다른 전략을 펼친다. 이 글에서는 ‘비디오스타’와 ‘The Talk’를 비교해 여성 중심 토크쇼가 각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발전하고, 여성성과 대중성, 공감의 방식이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살펴본다.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비디오스타’ vs 미국 ‘The Talk’

한국 ‘비디오스타’: 유쾌한 여성 진행자들의 예능형 말하기

‘비디오스타’는 2016년부터 방송된 MBC every1의 대표 예능 토크쇼로, 초창기부터 전문 예능인 여성 MC 네 명이 중심이 되어 매회 게스트를 초대해 ‘웃기고, 파헤치고, 풀어주는’ 포맷을 유지해왔다. 박소현, 박나래, 김숙, 산다라박 등 다양한 스타일의 여성 진행자가 함께하며,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멘트와 리액션으로 ‘여성 진행자 중심 예능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다.

‘비디오스타’의 가장 큰 특징은 유쾌한 진행과 ‘톡 까놓고 말하는’ 분위기다. 진행자들은 게스트를 다룰 때 경직된 포맷이 아니라 친근한 친구 혹은 언니 같은 태도로 접근한다. 실제로 출연자와의 친분, 사석에서의 에피소드, SNS 활동 등을 적극 언급하며 ‘사생활도 털 수 있는 편안한 예능 공간’을 지향한다. 이로 인해 게스트도 본심을 드러내기 쉬워지고, 시청자는 ‘우리가 모르는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를 얻게 된다.

연출 측면에서는 자막과 음향 효과, BGM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유머 코드의 강화가 이뤄진다. 예능성은 매우 높고, 토크보다는 ‘리액션과 상황극’이 더 강한 재미 요소로 기능한다. 이는 한국 예능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편집 중심 개그, 즉 사전 촬영 후 후반 편집으로 웃음을 증폭시키는 방식과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비디오스타’의 한계는 깊이 있는 주제보다는 연예 중심 콘텐츠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토크의 범위는 거의 대부분 연예인의 경험, 방송 뒷이야기, 썸·연애 이야기 등 개인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사회 이슈나 정체성 논의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말을 재미있게 푸는 것’에 집중한 결과이지만, 동시에 여성 중심 토크쇼가 가져올 수 있는 공감의 확장을 놓칠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미국 ‘The Talk’: 여성의 경험을 공적인 이야기로 전환하는 포맷

미국 CBS의 ‘The Talk’는 2010년부터 방영된 데일리 토크쇼로, 주로 여성 MC들이 사회 이슈, 가족, 직장, 인종, 젠더, 건강 등 다양한 주제를 심도 있게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전통적 예능 토크쇼와는 달리, 패널 토론 중심의 구성이며, 하루 한 번 방송되는 라이브성 요소를 지닌다. 출연자는 매 시즌 다소 교체되지만, 꾸준히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참여하여 대표성을 유지한다.

‘The Talk’의 핵심은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메시지다. 진행자들은 자신의 가족사, 트라우마, 실직 경험, 이혼, 육아 문제 등 일상적이지만 사회적 함의를 지닌 사안을 주제로 직접적인 의견을 낸다. 예를 들어 출산휴가 문제, 여성 임금 격차, 인종차별 사건 등에 대해 진지하고 감정적인 토론이 오가며,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공감과 참여를 유도한다.

특히 진행자들은 전문 방송인이기보다는 배우, 저널리스트, 사회운동가,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이 포진돼 있어, 각자의 경험이 방송에서 진솔하게 발화된다. 이는 미국식 토크쇼가 중시하는 진정성(authenticity)과 정체성 중심 스토리텔링 전략과 연결되며, ‘말을 통해 삶을 증명하고, 공공 의제를 만든다’는 저널리즘적 접근과도 맞닿아 있다.

연출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예능적 자막이나 효과음 없이, 카메라 앵글과 실시간 대화의 흐름만으로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The Talk’가 단순 예능이 아니라, 공적인 담론장이자 여성 담론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웃음이 없지는 않지만, 유머보다는 의미와 연대감, 감정 공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교 분석 :웃음을 강조하는 토크 vs 삶을 증언하는 토크

‘비디오스타’와 ‘The Talk’는 모두 여성 중심의 스튜디오 토크쇼라는 공통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방송의 목적, 주제 구성, 감정 설계, 그리고 시청자와의 관계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비디오스타’는 연예인 중심의 가볍고 유쾌한 토크로 웃음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미국의 ‘The Talk’는 여성의 삶과 경험을 공유하며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 목적성 강한 콘텐츠다.

‘비디오스타’는 웃음을 통해 시청자와의 친밀감을 형성하며, 게스트의 비하인드나 개인적인 면을 가볍게 풀어주는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콘텐츠다. 여성 MC들은 친근한 리액션과 장난기 섞인 질문으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로 인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예능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말의 내용은 대부분 개인적 차원에 머물고, 사회적 의제는 배제되는 구조다.

반면 ‘The Talk’는 자기 고백을 통해 공공적 담론을 만드는 ‘말의 힘’을 전면에 내세운다. 여성 MC들의 삶은 곧 사회적 문제의 축소판이며, 그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시청자는 현실의 문제를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고, 토론과 연대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미국 방송이 가진 시사성, 진정성, 정체성 중심의 토크쇼 문법을 반영한 구조이며, 말의 공적 가치에 대한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결국 ‘비디오스타’는 “웃고 떠드는 토크”를 통해 여성 예능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공간, ‘The Talk’는 “말하고 싸우고 공감하는 토크”를 통해 여성의 삶과 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두 프로그램은 여성 중심 예능의 가능성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실현하고 있으며, 그 차이는 한국과 미국이 ‘여성의 목소리’를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루고 해석하느냐의 문화적 맥락을 고스란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