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우리동네 클라쓰’ vs 캐나다 ‘This Is High School’

manualnews 2025. 7. 12. 09:00

최근 방송 콘텐츠의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성공이나 스타의 일상을 다루던 전통적인 리얼리티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공동체’를 주인공으로 삼는 서사형 리얼리티 예능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역’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니라, 변화와 회복, 소통과 충돌, 정체성과 미래를 아우르는 서사의 핵심으로 활용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한국의 KBS ‘우리동네 클라쓰’와 캐나다 CBC의 ‘This Is High School’이다. ‘우리동네 클라쓰’는 연예인 셰프와 유명인들이 소외된 골목이나 낙후된 상권을 찾아가 지역 식당의 재건을 돕는 리얼리티 예능이고, ‘This Is High School’은 실제 고등학교에 카메라를 설치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겪는 갈등과 성장의 과정을 관찰하는 다큐형 리얼리티다.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지역의 일상과 구조를 기록하며, 공동체의 재생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접근 방식과 연출의 철학, 출연자와 지역민의 관계 설정, 그리고 결과의 서사 구조에서는 문화적 차이와 미디어의 지향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우리동네 클라쓰’와 ‘This Is High School’을 비교 분석해, 리얼리티가 공동체를 어떻게 재현하고 재구성하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우리동네 클라쓰’ vs 캐나다 ‘This Is High School’

 

한국 ‘우리동네 클라쓰’ :문제 해결형 리얼리티, 외부 전문가의 개입과 감정의 연출

KBS의 ‘우리동네 클라쓰’는 2022년부터 방영된 지역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형 예능이다. 주요 포맷은 침체된 지역 식당이나 골목을 연예인 셰프(대표적으로 백종원)와 패널들이 방문해, 메뉴 개선, 인테리어 보완, 서비스 교육 등을 통해 상권을 되살리는 구조다. 콘텐츠는 실질적 조언과 개입, 그리고 변화의 결과까지 보여주는 ‘문제 해결형 리얼리티 예능’에 가깝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외부 전문가’가 지역 문제를 진단하고 개입하는 구조에 있다. 출연진은 문제를 가진 식당을 찾아가 조사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며, 때로는 메뉴를 개발하고 홍보까지 책임진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지역민과 출연자 사이에 감정의 교류를 유도하고, “우리는 함께 이 골목을 바꾸고 있다”는 공동체적 감정을 조성한다.

연출은 매우 감정 중심이다. 문제를 발견할 때는 진지한 배경음악과 정적인 카메라 구도를 사용하고, 변화 후에는 밝고 역동적인 편집으로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또한 출연진과 식당 주인 간의 갈등, 눈물, 고마움, 서툰 도전 등의 감정선이 구체적으로 설계되어 있고,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한국 예능이 자주 사용하는 ‘감정 몰입형 리얼리티’의 정통 방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변화를 외부 전문가가 주도한다는 한계도 지닌다. 지역민은 변화의 대상이자 수혜자이며, 능동적 주체로 그려지기보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결국 지역은 배경이자 무대이고, 진짜 주인공은 출연진의 전문성과 감정적 노동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주체성과 지속 가능성은 비교적 약하게 드러난다.

캐나다 ‘This Is High School’: 공동체의 자생성과 갈등을 투명하게 기록하는 관찰형 다큐

캐나다 CBC의 ‘This Is High School’은 리얼리티와 다큐멘터리의 경계선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실제 고등학교 안에 수십 대의 고정 카메라를 설치해, 학생과 교사, 교장, 부모의 일상을 그대로 기록한다. 이 프로그램은 스크립트 없이 전개되며, 제작진은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 관찰자 입장을 고수한다. 이는 단순히 교육 현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학교라는 공동체의 자화상을 담아내는 시도다.

이 프로그램의 중심은 ‘갈등’이다. 학생 간의 언쟁, 수업 중 무질서,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형성, 부모의 불만, 진로 상담 등은 모두 날것 그대로 보여진다. 연출은 극적이지 않다. 자극적인 편집이나 감정 유도는 최소화하고, 오히려 사실 그 자체가 감정의 울림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시청자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This Is High School’은 누군가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외부에서 개입하는 구조가 아니라, 내부 인물이 갈등을 해결하고 성장해가는 자생적 서사를 중심에 둔다. 학생은 때로 실수하고, 교사는 좌절하고, 교장은 현실적인 타협을 선택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드라마가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이 콘텐츠는 캐나다 공영방송 특유의 공공성과 사회적 기능을 반영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를 단지 배경이 아닌 학습의 공간, 시민성과 연대의 출발점으로 설정한다. 감정적인 유도 없이도, 진짜 삶의 디테일이 카메라를 통해 스며들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비교 분석 :구조적 개입 vs 자생적 서사, 공동체 리얼리티의 문화적 좌표

‘우리동네 클라쓰’와 ‘This Is High School’은 모두 지역 공동체를 다루는 리얼리티 예능이지만, 누가 주도하고, 무엇을 보여주며,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지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예능은 외부 전문가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구도, 캐나다는 내부 구성원이 스스로 갈등을 드러내고 성장하는 자생 구조를 취한다.

‘우리동네 클라쓰’는 출연자의 리액션과 감정적 몰입을 중심으로, 시청자가 “내가 대신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는 한국 예능이 선호하는 ‘감동 서사 구조’와 잘 맞물리며,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내는 듯한 훈훈함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 구조는 지역민이 능동적인 변화 주체로 등장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도움받는 사람’의 위치에 머무는 한계도 존재한다.

반면 ‘This Is High School’은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공동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 갈등, 변화의 흐름을 담담하게 전달한다. 이 접근은 시청자에게 “내가 직접 판단하고 해석하라”는 자율적 감상 환경을 제공하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공공교육, 지역 자치, 시민 연대 같은 캐나다 사회의 기본 철학과 일치한다.

형식적으로도 ‘우리동네 클라쓰’는 예능에 가깝고, ‘This Is High School’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전자는 감정 중심, 솔루션 중심, 후자는 사실 중심, 해석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차이는 단순히 방송 포맷의 차이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철학의 거리를 보여주는 문화적 차이로 확장된다.

결론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각각 도움이 필요한 지역을 변화시키는 구조적 기획형 예능,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낸 관찰형 다큐 리얼리티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방식은 예능이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라는 더 큰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