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언니들의 슬램덩크’ vs 미국 ‘Girls Trip’

manualnews 2025. 7. 14. 11:08

그동안 방송 예능은 남성 중심, 혹은 커플 중심의 구조에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부터는 점차 ‘여성들끼리의 우정과 연대’를 중심에 둔 서사형 리얼리티 예능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청자층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른바 ‘여자들의 우정 서사’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성장, 갈등, 꿈, 그리고 자존감 회복의 과정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한국의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미국 Amazon Freevee의 ‘Girls Trip’이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나이, 배경, 분야가 다른 여성 연예인들이 각자의 꿈을 함께 응원하며 도전하는 리얼리티 예능이며, ‘Girls Trip’은 실제 연예계에서 활약 중인 여성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며 우정과 과거의 갈등, 현재의 고민을 공유하는 리얼라이프 기반 여성 여행 예능이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여자들끼리 함께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우정의 서사 방식, 감정 설계, 그리고 관객과의 관계 맺음에서는 분명한 문화적·서사적 차이를 지닌다. 이 글에서는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Girls Trip’을 비교 분석해, 여성 중심 리얼리티가 어떤 식으로 우정을 설계하고, 그 안에서 어떤 정체성과 감정의 결을 드러내는지를 살펴본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언니들의 슬램덩크’ vs 미국 ‘Girls Trip’

한국 ‘언니들의 슬램덩크’ :공동의 꿈을 통해 엮어지는 공감형 서사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2016년부터 2년간 방송된 여성 중심 리얼리티 예능으로, 출연자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함께 이뤄보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공동 목표와 팀워크가 핵심 구조이며, 시즌1에서는 멤버 각자의 꿈을 실현하는 형식, 시즌2에서는 걸그룹 데뷔라는 단일 프로젝트가 중심 서사였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꿈’이라는 서사적 장치를 통해 출연자 간 우정을 연결한다는 점이다. 출연자들은 나이와 분야가 다르지만, 서로의 사정을 듣고 함께 연습하고 성장하면서 “여자들끼리도 진심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정서적 메시지를 강화한다. 특히 “나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다”는 감정은 시청자, 특히 2030 여성층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연출 방식은 예능 특유의 리액션과 자막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감정선에 집중하는 구조다. 서로 다투거나 오해하는 장면도 있지만, 프로그램은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과 눈물, 웃음의 교차점을 통해 ‘함께 이룬 성장’으로 감정을 포장한다. 이는 ‘따뜻한 예능’이자 ‘성장 서사형 리얼리티’라는 한국 예능의 전형적인 문법이다.

또한 한국 사회의 맥락상, 여성의 도전이나 꿈은 여전히 사회적 제약과 결합되어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이런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꿈은 나이에 상관없이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위로와 자존감 회복을 유도한다. 이는 가볍지 않지만 무겁지도 않은 톤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대중화한 데 큰 의의가 있다.

미국 ‘Girls Trip’ : 솔직한 감정과 갈등을 드러내는 우정의 리얼리티

미국의 ‘Girls Trip’은 인기 여성 연예인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며 과거의 갈등, 현재의 고민, 그리고 여성 사이의 관계를 진솔하게 풀어가는 다큐-리얼리티 예능이다. 출연자 간의 백그라운드 스토리, 과거의 사건, 해소되지 않은 감정 등을 전면에 드러내며, 우정이란 그저 웃고 떠드는 사이가 아니라, 때로는 충돌하고 화해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리얼한 감정의 기록이다. 대화는 철저히 날것 그대로 진행되며, 대본이나 조율된 연출 없이 출연자들의 본심과 충돌이 그대로 전개된다. 미국식 리얼리티 특유의 자기고백적 내레이션, 정면 인터뷰, BGM 없는 정적 장면 연출은 감정의 진정성을 더욱 강조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Girls Trip’은 갈등을 숨기지 않는다. 친구 사이의 질투, 오해,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모두 이야기되며, 그 속에서 관계의 복잡성과 인간의 미묘한 감정선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대화와 자기 성찰을 통해 풀어나가는 방식이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메시지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개인 중심의 심리 드라마형 리얼리티 포맷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성공한 여성도 관계로 아파하고 성장한다’는 현실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출연자들은 유명세와 화려함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국식 리얼리티가 ‘함께 이뤄낸 성취’에 집중한다면, ‘Girls Trip’은 ‘함께 견뎌낸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비교 분석 :관계의 미화 vs 관계의 직면, 여성 우정 서사의 문화적 거리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Girls Trip’은 모두 여성 우정과 연대를 주제로 한 리얼리티 콘텐츠이지만, 그 우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감정 곡선을 설계하며, 어떤 문제를 감추거나 드러내는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는 단순히 제작 방식의 차이를 넘어서, 각국이 여성 관계를 바라보는 문화적 관점의 반영이기도 하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우정을 미화하고 이상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갈등이 있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며, 결국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화합으로 마무리된다. 이 서사는 시청자에게 “여성끼리도 충분히 서로를 돕고 이끌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상상력을 제공하지만, 현실의 복잡한 감정은 어느 정도 희석되거나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Girls Trip’은 우정을 솔직하게 직면하는 방식을 택한다. 웃음보다는 눈물, 오해보다는 직면, 유쾌함보다는 정적을 선택하며, 우정의 진정성이란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넘는 것이라는 서사를 강조한다. 이 방식은 시청자에게 더 깊은 감정적 울림을 제공하지만, 감상에는 일정 수준의 성숙한 관찰 태도를 요구한다.

또한 한국 콘텐츠는 ‘꿈’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통해 관계를 엮는 구조를 택한 반면, 미국 콘텐츠는 과거와 감정을 직면하는 ‘자기서사형 관계 구조’를 택했다. 이는 한국이 함께 노력해서 도달하는 성취형 관계 서사를 선호하는 반면, 미국은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형성되는 심리적 연대를 선호하는 경향과 맞닿아 있다.

결국 두 프로그램은 ‘여성 관계의 가능성’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명한다. 하나는 “같이 꿈을 이루며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다른 하나는 “상처를 마주하고 서로 이해함으로써 진짜 친구가 된다”고 말한다. 이 두 콘텐츠는 각각 ‘이루는 서사’와 ‘이해하는 서사’로서, 여성 리얼리티 예능이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