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 ‘같이 삽시다’ vs 미국 ‘Golden Bachelor’

manualnews 2025. 7. 16. 10:44

오랫동안 방송 콘텐츠는 청년 중심의 감성과 속도에 집중해왔다. 빠른 변화, 연애, 성공, 경쟁, 트렌드가 메인서사를 차지했고, 중장년과 노년은 단지 조연의 역할에 머무르거나 단순한 조언자, 코믹한 인물로 소비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방송은 노년의 삶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자기 주체적 존재로서 ‘노년의 서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주목받는 프로그램이 한국 KBS의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와 미국 ABC의 ‘The Golden Bachelor’다. 전자는 중년 이상의 여성 연예인들이 한 집에 함께 살며 삶의 변화, 상처, 관계 회복 등을 다룬 공감형 리얼리티 예능이고, 후자는 ABC의 ‘Bachelor’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황혼기의 남성이 인생의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연애 리얼리티 쇼다.

두 콘텐츠는 모두 60대 이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점, 그리고 노년의 감정, 상실, 외로움, 재도전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그 감정의 설계 방식, 연출 톤, 삶을 해석하는 구조는 매우 다르다. 이 글에서는 ‘같이 삽시다’와 ‘Golden Bachelor’를 비교해,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노년의 서사를 예능화하고,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을 끌어내는지를 분석한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 ‘같이 삽시다’ vs 미국 ‘Golden Bachelor’

한국 ‘같이 삽시다’ :함께 살아보며 인생을 나누는 동행형 감정 서사

‘같이 삽시다’는 한국 대표 중년 여성 배우 박원숙을 중심으로, 이혼, 사별, 은퇴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중장년 여성 연예인들이 한 집에 모여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동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명확하다. 같이 밥을 먹고, 텃밭을 가꾸고, 취미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리빙 다큐형 예능’이다. 하지만 그 핵심은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감정과 기억의 공유다.

이 프로그램이 강한 감정 몰입을 유도하는 이유는, 출연자들이 노년의 상처와 상실을 숨기지 않고 진솔하게 말하는 태도 때문이다. 자식과의 거리감, 남편과의 이별, 배우로서의 불안정한 삶, 나이 들어가는 몸에 대한 걱정까지도 카메라는 담담하게 기록한다. 연출은 그 감정을 강하게 부각하지 않지만, 조용히 머무르며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천천히 따라간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연대’라는 단어를 시청자에게 각인시킨다. 혼자 살던 중년 여성들이 한 집에 모여 함께 밥을 해먹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여자들끼리 함께 늙어가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상상력을 제공한다. 특히 이혼 여성, 자녀와의 단절, 연기자로서의 은퇴 고민 등, 다소 민감하고 사적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공유되면서 ‘내 얘기 같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같이 삽시다’의 감정선은 부드럽고 서정적이며, 울음보다는 미소를, 고통보다는 공감을 중시한다. 예능적 과장은 줄이고, 진짜 대화와 침묵을 통해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이는 노년을 ‘극복해야 할 시기’가 아니라 ‘서로 기대며 살아갈 수 있는 시기’로 재해석하는 시도다.

미국 ‘Golden Bachelor’ :황혼의 연애, 욕망과 선택의 심리 리얼리티

‘The Golden Bachelor’는 ABC의 인기 연애 리얼리티 ‘The Bachelor’ 시리즈의 노년 확장판이다. 72세의 미망인 남성이 수많은 중장년 여성 참가자들 중에서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는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연애 서사와 선택 구조, 즉 오디션과 데이팅 게임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그 속에 노년의 감정, 상실, 치유, 재도전이라는 테마를 입힌다.

‘Golden Bachelor’의 핵심은 “사랑은 나이에 상관없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참가자 대부분은 이혼, 사별, 관계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고, 각자 고유한 아픔과 고독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설레고, 경쟁하고, 선택받고 싶은 존재로 등장하며, 이는 시청자에게 “노년의 삶도 여전히 감정적으로 살아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전달한다.

프로그램은 감정을 매우 적극적으로 연출한다. 감동적인 음악, 고백 장면의 클로즈업, ‘로즈 세리머니’에서의 긴장감 있는 편집은 청춘 리얼리티와 동일한 감정 구조를 노년에도 그대로 적용한 사례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젊음의 언어 대신 삶의 무게와 진심으로 마음을 전달하며, 각자의 연애관과 상실의 기억을 진솔하게 나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선택의 서사가 명확하다. 누군가는 선택받고, 누군가는 떨어져야 한다. 이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자기 욕망과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연령과 무관함을 선언하는 서사적 장치다. 다시 말해, ‘Golden Bachelor’는 노년에도 사랑과 경쟁, 감정의 진폭이 존재함을 설득력 있게 재현한 콘텐츠다.

비교 분석 :위로의 공동체 vs 욕망의 회복, 노년을 다루는 두 시선

‘같이 삽시다’와 ‘Golden Bachelor’는 모두 노년의 삶을 주인공으로 다루지만, 노년을 해석하고 서사를 구축하는 방향은 매우 다르다. 한국은 노년을 서로 기대고 회복하는 공동체의 시간으로, 미국은 노년을 다시 욕망하고 선택하는 개인의 시간으로 보여준다. 이 차이는 각국의 문화적 가치와 노년에 부여하는 사회적 기대를 그대로 반영한다.

‘같이 삽시다’는 중년 여성의 연대를 중심에 둔다. “이제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자”는 메시지는 한국 사회의 가족 중심 문화 속에서, 가족 밖의 관계를 통한 정서적 치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 감정선은 잔잔하고, 함께 사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구조다. 나이 든 여성들이 서로의 상처를 공감하면서 자기 삶의 존엄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 중심이다.

반면 ‘Golden Bachelor’는 선택과 경쟁의 구조 안에서 노년의 감정을 재현한다. 출연자는 상처를 가진 존재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사랑받고 싶고, 설레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다. 이 콘텐츠는 노년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감정을 표현하고 선택받는 행위 자체를 중요한 삶의 과정으로 제시한다. 노년은 은퇴의 상징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또 다른 출발선이 되는 것이다.

감정의 연출도 다르다. ‘같이 삽시다’는 카메라가 침묵을 존중하고, 시청자가 감정을 해석하게 만든다. 반면 ‘Golden Bachelor’는 감정의 기승전결을 연출적으로 설계하며, 노년에도 강한 감정 몰입을 유도하는 서사 중심 예능이다. 이는 공감과 감탄의 방식, 즉 감정을 소비하는 관점 자체가 서로 다름을 보여준다.

결국 두 프로그램은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실험이다. 한국은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미국은 ‘다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두 시선은 각각의 문화가 노년에게 기대하는 정서, 역할, 가능성을 압축적으로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