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술꾼도시여자들’ vs 일본 ‘고독한 미식가’

manualnews 2025. 7. 20. 09:00

최근 몇 년 사이, ‘혼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혼밥, 혼술을 외롭고 부정적인 행위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과의 시간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방송과 영상 콘텐츠에서도 ‘혼자 먹는 장면’이 하나의 감정적 서사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것은 더 이상 단조로운 장면이 아닌 의미를 품은 연출의 대상이 되었다.

이 흐름 속에서 혼자 먹는 식사의 미학을 잘 구현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한국의 ‘술꾼도시여자들’과 일본의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다. 전자는 여성 혼술 예능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여성의 삶과 술자리를 연결한 감정 중심 콘텐츠이고, 후자는 혼자 외근을 다니는 중년 남성의 점심 시간을 중심으로 일상 속 식사의 본질을 조명한 음식 중심 드라마다.

두 작품 모두 혼자 먹고 마시는 장면을 통해 등장인물의 삶, 감정, 고독, 혹은 일상의 위로를 표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감정선과 캐릭터 중심, 일본은 음식과 동선 중심으로 혼술·혼밥을 구성하며, 이 차이는 연출 철학, 서사의 구조, 시청자 감정 유도 방식에서 큰 대비를 이룬다.
이 글에서는 ‘술꾼도시여자들’과 ‘고독한 미식가’를 비교해, 혼자 식사하는 장면이 어떻게 예능 또는 드라마로 해석되고, 그 문화적 맥락이 어떻게 다른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본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술꾼도시여자들’ vs 일본 ‘고독한 미식가’

한국 ‘술꾼도시여자들’ :술은 감정을 푸는 장치, 연대와 해방의 서사

‘술꾼도시여자들’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주인공 세 명의 여성이 각자의 삶 속에서 술을 통해 위로받고 서로에게 연대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혼술 장면을 단순한 식사 묘사로 그리지 않고, 인물의 감정을 해소하거나, 서사의 전환점이 되는 장면으로 활용한다. 즉, 혼자 마시는 술은 고립의 증거가 아니라 자아 회복의 시간으로 재해석된다.

주인공들은 사회적으로 각기 다른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방송 작가, 요가 강사, 한의사 등 전문직 여성이 주체가 되며, 이들은 자신의 일과 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혼술 또는 함께하는 음주를 통해 해소한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혼술 장면은 일상적인 행위라기보다는, 감정의 이완과 내부 독백이 이뤄지는 내면 공간으로 기능한다. 시청자는 인물의 독백이나 회상, 표정을 통해 그들이 왜 이 술을 마시고 있는지를 감정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연출 역시 매우 감정 중심이다. 혼술을 마시는 컷은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얼굴과 눈빛을 강조하고, 술잔을 드는 손의 떨림, 입맛의 변화, 음식의 온도감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때로는 BGM과 함께 감정이 폭발하거나, 취기에 취해 감정이 해방되는 순간이 주요 서사 장치로 사용된다. 이처럼 ‘술꾼도시여자들’은 혼술이 개인의 고독한 선택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고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통과 의례로 사용된다.

또한 이 작품은 여성이 혼술을 한다는 행위 자체에 사회적 의미를 담는다. 기존에 ‘술’은 남성 중심의 상징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여성이 당당하게 마시는 모습, 술에 기대는 감정, 술을 통해 관계를 정리하거나 다시 시작하는 서사를 통해 여성 서사의 새로운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즉, 혼술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삶의 자세’로서 재정의되는 것이다.

일본 ‘고독한 미식가’ :말 없는 식사, 일상의 반복이 주는 위로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 TV Tokyo에서 2012년부터 방영된 장수 드라마 시리즈로, 주인공 고로가 출장지에서 혼자 식사를 하며 맛과 분위기를 음미하는 장면들로만 구성된 일상극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혼밥 장면이 서사의 중심이라는 점이며, 그 외의 인간관계나 갈등은 극도로 축소되어 있다.

고로는 매회 새로운 지역을 방문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배가 고파 식당을 찾는다. 메뉴를 고르고, 식사를 하며, 그 맛에 대한 감상과 내면의 감정을 혼잣말 또는 내레이션으로 표현한다. 그는 식사를 통해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으며, 오롯이 자신과 음식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 시간은 마치 일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위한 휴식이자 회복의 시간처럼 묘사된다.

연출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식당 내부, 음식이 나오는 시간, 음식이 놓이는 소리, 젓가락이 그릇에 닿는 소리, 씹는 장면 등 모든 것이 극도로 정제된 리듬감과 미니멀한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구성된다. 대사가 거의 없고, 음악도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이것은 시청자가 고로의 침묵에 집중하고, 음식의 온도와 향, 그리고 고로의 표정 하나하나에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이다.

이 콘텐츠는 음식이 주는 위로와 정서적 안정을 극대화하면서도, 혼자 먹는 장면을 사회적 메시지로까지 확장하지 않는다. 고로는 특별히 외롭거나 힘든 삶을 사는 인물이 아니며, 그저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다 식사를 통해 조용히 위로받는 현대인의 상징이다. 일본 특유의 “혼자 있는 것을 존중하고, 말하지 않아도 감정이 흐른다”는 서정적 감정 구조가 이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다.

비교 분석 :감정의 해방 vs 감정의 절제, 혼술 연출법의 문화적 거리

‘술꾼도시여자들’과 ‘고독한 미식가’는 모두 혼자 먹는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식사의 의미, 감정 연출 방식, 서사 전략, 사회적 메시지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감정을 풀어내는 도구로서의 식사, 일본은 감정을 정리하고 비워내는 공간으로서의 식사를 택한다. 이 차이는 두 나라가 ‘고독’과 ‘자기만의 시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문화적 인식 차이를 반영한다.

‘술꾼도시여자들’은 술과 음식을 매개로 여성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와 관계 회복의 서사를 이끌어낸다. 혼술 장면은 개인의 심리 상태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이며, 시청자는 인물의 고뇌와 해방에 몰입한다. 특히 술이라는 매개는 감정적 벽을 허무는 촉진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여성 주체의 이야기와 감정 서사가 전개된다. 즉, 혼술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로 기능한다.

반면 ‘고독한 미식가’는 감정을 과잉하지 않고, 오히려 침묵 속에서 일상의 무게를 덜어내는 연출을 택한다. 주인공은 혼자 먹는 식사에서 말하지 않지만, 그 표정과 리듬을 통해 시청자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이 방식은 감정을 언어화하지 않고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일본 서사의 특성을 보여주며, 혼자 먹는 시간이 고립이 아닌 자기만의 리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비교는 단지 방송 연출 방식의 차이를 넘어,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감정 설계의 철학이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준다. 한국은 고독 속에서도 감정의 해방과 연대를 추구하고, 일본은 고독 속에서 자기 성찰과 정서를 정리하는 시간을 중요시한다. 결국, 혼술 콘텐츠는 단순한 ‘먹방’이 아니라, 고독과 회복, 감정과 시간에 대한 문화적 해석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