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트래블러’ vs 독일 ‘Wanderlust’

manualnews 2025. 7. 21. 11:15

여성이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건 단순한 ‘개인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혼행(혼자 하는 여행)은 자유와 자율, 독립을 향한 감정적 선언이자, 스스로와 마주하는 내면의 시간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여성의 혼행은 여전히 안전, 시선, 문화적 장벽이라는 요소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긴장과 해방 사이의 감정선은 최근 여행 예능 콘텐츠에서도 중요한 테마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여성 솔로 여행’이라는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예능들은 단순한 경치 소개를 넘어 여성이 자유롭게 존재하는 방식을 탐색하는 미디어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한국의 ‘트래블러’ 시리즈와 독일의 ‘Wanderlust’는 각각의 문화권에서 혼자 떠나는 여성의 독립성을 어떻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한 대표적인 콘텐츠다. ‘트래블러’는 여성 출연자의 감정과 환경에 초점을 맞춰 심리적 독립의 과정을 예능적으로 풀어내며, ‘Wanderlust’는 다큐멘터리와 브이로그의 경계에서 실제 삶의 변화를 기록하는 진정성 중심의 여행기를 구성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혼자 떠난 여성의 여정을 따라가지만, 여행을 구성하는 방식, 감정을 설계하는 방식, 독립성을 연출하는 방식에서 문화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트래블러’와 ‘Wanderlust’를 비교 분석하며, 여성 혼행 예능에서 독립성이 어떤 언어와 장면으로 번역되는지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트래블러’ vs 독일 ‘Wanderlust’

한국 ‘트래블러’ :혼자 떠난 시간 속,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예능적 서사

JTBC의 ‘트래블러’는 시즌별로 주제를 달리해 남성과 여성 출연자의 해외 여행기를 담는 여행 예능 시리즈다. 특히 여성 출연자가 혼자 떠난 여정을 담은 시즌은 ‘여성 혼행’의 서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프로그램은 경치나 음식보다, 감정과 관계에 더 집중하는 예능적 구성을 통해 ‘혼자의 시간’을 예능적으로 설계하고, 여성의 독립성을 감정의 결로 해석한다.

‘트래블러’는 혼자 여행을 떠난 여성 출연자의 일상적인 움직임, 낯선 공간에서의 반응, 그리고 혼자 남겨진 시간 속 내면의 독백을 통해 감정의 흐름을 화면에 담는다. 가령 현지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는 장면, 골목을 걷다가 길을 잃는 순간, 벤치에 앉아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는 모습은 단순한 풍경 기록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와 심리적 해방 과정을 상징하는 장치가 된다.

여성 출연자가 현지 사람들과 마주하거나 소통할 때 나타나는 경계와 해소, 혹은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의 감정 교차점도 세밀하게 다뤄진다. 예능이라는 형식 안에서 ‘트래블러’는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웃음을 끌어내기보다, 정적인 장면들 속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해석하는 감성적 리얼리티를 지향한다. 특히 연출에서 사용하는 잔잔한 음악, 느린 페이드인 편집, 자연 채광 등은 ‘혼자의 시간’을 가볍지 않게, 때로는 사색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드러낸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여성의 혼행을 도전으로 그리기보다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여성 혼자 여행하는 장면이 특별하거나 극적이지 않고,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일상적 행위로 묘사되면서 ‘독립’은 특별한 용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재현된다. 이는 한국 방송에서 흔치 않은 ‘여성 혼행의 일상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독일 ‘Wanderlust’ :삶의 근본을 바꾸는 실천, 체험 중심 다큐 리얼리티

독일 ZDF에서 제작한 ‘Wanderlust’는 전통적인 여행 예능의 틀을 벗어난 다큐멘터리 리얼리티 형식으로, 여성들이 각자의 이유로 도시를 떠나 자연이나 외국으로 긴 여정을 떠나는 프로젝트형 콘텐츠다. 출연자는 유명 연예인이 아닌 일반 여성들이며, 직장을 그만두거나 가족과 떨어져 혼자만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카메라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Wanderlust’는 독립성이라는 키워드를 감정적 요소보다는 ‘삶의 실천’으로 보여준다. 출연자는 자신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여행이라는 방식으로 찾는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장면은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예를 들어 텐트를 치는 장면, 모닥불을 피우는 모습, 현지에서 생계 수단을 찾는 과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로 표현된다.

이 프로그램은 혼자 있는 것 자체를 로맨틱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외로움, 실수, 길을 잃는 순간, 언어 장벽, 경제적 어려움까지 모두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그것이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여성의 현실적인 리스크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출연자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감당하며, 바뀌어가는 존재로 성장한다.

연출 기법 또한 정보성과 다큐적 요소가 강조된다. 지도, 현지 설명, 경험자의 독백, 전문가 인터뷰 등이 삽입되며, 이는 단순한 ‘감정 공감’ 콘텐츠가 아니라 문화적 실천과 사회적 독립의 기록으로서 기능한다. ‘Wanderlust’는 혼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삶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는 통로로서 제시한다.

비교 분석 :감성적 독립 vs 실천적 독립, 혼행을 대하는 연출 전략의 차이

‘트래블러’와 ‘Wanderlust’는 모두 여성 혼행을 중심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지만, 여행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고, 독립이라는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지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감정 중심의 여정, 독일은 삶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실천 중심의 여정을 택하고 있다.

‘트래블러’는 여성이 혼자 떠나는 여행이 감정적으로 어떤 변화와 치유를 가져오는지를 예능의 언어로 풀어낸다. 연출은 캐릭터 중심 서사, 감정의 세세한 묘사, 정서적 공감 유도를 통해 혼행을 감성적 독립의 서사로 설계한다. 출연자는 여행지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자유는 감정의 회복과 재정립으로 귀결된다. 혼행은 ‘다시 나를 찾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시청자도 감정적 동화를 경험한다.

반면 ‘Wanderlust’는 독립을 심리적 자유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실현하는 능력으로 본다. 여행은 단순한 감정 해소가 아니라 기존의 삶에서 이탈하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설계하는 생존 실험이다. 출연자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살아남아야 하고, 낯선 사회 속에서 정체성을 새로 쌓아야 한다. 이는 독립을 선언하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실천적 서사로 귀결되며, 시청자에게는 여행이라는 소재를 넘어 자기 삶에 대한 구조적 성찰을 유도한다.

결국 이 두 콘텐츠의 차이는 여성의 혼행을 통해 사회가 원하는 독립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혼행을 통해 감정적 해방과 자기 회복을 보여주고, 독일은 혼행을 통해 삶의 틀 자체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강조한다. 이 차이는 여행의 연출법뿐 아니라,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미디어 서사의 방향성까지도 깊이 반영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