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 ‘슈돌’ vs 일본 ‘마마는 초등학생’
육아 예능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방송 장르 중 하나다. 아이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자동적으로 감정적으로 몰입할 준비가 되어 있고, 아이가 내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예측 불가한 감정’과 ‘순수한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를 보여주는 것’이 육아 예능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를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는지, 어떤 방식으로 연출하느냐에 따라 예능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감정의 결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관점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두 콘텐츠가 있다. 하나는 한국의 대표적인 육아 리얼리티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형 육아 콘텐츠인 ‘마마는 초등학생’이다. ‘슈돌’은 실제 연예인 아빠와 자녀가 출연해 실제 육아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낸 관찰 예능이고, ‘마마는 초등학생’은 전직 어른이었던 여성이 죽은 후 초등학생으로 환생해 자신의 어린 딸 곁으로 돌아오는 설정의 판타지 드라마이다.
둘 다 ‘육아’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슈돌’은 부모의 시선을 따라가며 아이를 관찰하는 구조, ‘마마는 초등학생’은 자녀의 시선에서 부모를 바라보는 감정 중심 서사로 구성된다. 이 글에서는 두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 시점 처리, 감정 설계, 문화적 가치관 차이를 비교 분석하며, 육아를 둘러싼 콘텐츠가 아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분석의 한국 ‘슈퍼맨이 돌아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2013년부터 방송되어 온 한국 KBS2의 장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다. 주요 콘셉트는 아빠가 엄마 없이 48시간 동안 아이를 독박 육아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아이의 반응과 아빠의 노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 포맷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육아는 전통적으로 엄마의 역할로 인식되던 한국 사회에서 아빠가 주도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슈돌’은 전형적인 관찰 예능 포맷을 따르며, 다수의 고정 카메라와 제작진의 내레이션을 통해 아빠의 고군분투와 아이의 천진난만한 행동을 엮어 감정과 웃음을 동시에 유도한다. 이때 핵심은 아이의 행동을 어른의 시점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아이가 발음이 부정확하게 말을 하거나 엉뚱한 질문을 하면, 내레이션이 이를 재치 있게 설명해주고, 자막과 효과음이 그 의미를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웃고, 감동받고, 때로는 자신의 육아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한계도 존재한다. 아이는 언제나 관찰의 대상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카메라는 아이의 행동을 담지만, 아이의 내면이나 시각은 간접적으로만 드러난다.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는 오롯이 제작진과 내레이터의 해석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아이는 자주 ‘예쁜 장면의 주인공’으로 연출되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존재로서의 주체성은 비교적 약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슈돌’은 가족 중심, 아빠의 역할 변화, 아이의 성장이라는 세 가지 큰 축을 예능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아이의 성장 기록을 통해 시청자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아빠가 육아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 또한 또 다른 감동 포인트가 된다. 즉, ‘슈돌’은 아이를 중심으로 하지만, 어른의 시선을 통해 육아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방식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의 일본 ‘마마는 초등학생’
‘마마는 초등학생’(마마は小学4年生)은 1992년 NHK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여러 차례 실사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판타지형 육아 콘텐츠다. 이 작품은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어린 초등학생이 사실은 사망한 어른 여성이고, 자신이 남긴 어린 딸을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즉, 이 드라마에서 육아는 자녀가 부모를 이해하고, 동시에 자신도 부모가 되어보는 복합적 경험의 서사로 그려진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시점의 전환이다. 한국의 ‘슈돌’이 부모의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본다면, ‘마마는 초등학생’은 아이의 몸으로 돌아간 어른이 세상을 다시 보면서, 아이와 부모를 이해하는 이중 구조를 만든다. 이 설정은 육아라는 주제를 훨씬 깊은 감정적 층위로 끌어올린다. 주인공은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직접 체험하면서 부모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본다.
이 드라마는 현실적인 육아 상황보다는, 심리적 이해와 감정적 회복에 집중한다. 등장하는 장면들은 실제 육아의 고됨보다는, 잊고 있었던 모성애, 아이의 시선으로 본 부모의 소중함, 삶의 무게를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즉, 육아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의 회복과 관계의 재구성으로 그려진다. 이로 인해 ‘마마는 초등학생’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 이상의 감정적 서사 구조를 가진다.
또한 일본 특유의 잔잔하고 절제된 감정 연출, 감각적 미장센, 서정적인 음악이 이러한 내면의 정서를 강화한다. 부모가 아이를 관찰하는 구조가 아니라, 아이의 내면을 중심으로 세계를 다시 보는 방식은 시청자에게도 새로운 감정 이입의 창을 제공한다. 아이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은 적지만, 행동과 선택을 통해 전달되는 간접적인 감정 설계는 오히려 더 깊은 몰입을 유도한다.
관찰당하는 아이 vs 체험하는 아이, 육아를 연출하는 방식의 문화 차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마마는 초등학생’은 모두 아이를 중심으로 한 육아 콘텐츠지만, 아이를 다루는 방식, 감정 구조, 시점 설계, 사회적 메시지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관찰자 시점, 일본은 체험자 시점을 통해 육아를 조명하며, 이것은 결국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적 감수성의 차이로 연결된다.
‘슈돌’은 아이를 사랑스럽고 순수한 존재로 강조하면서도, 부모가 아이를 돌보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아이는 기록의 대상, 관찰의 중심,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지만, 그 감정선은 대부분 제작진의 해석과 편집을 통해 구성된다. 이는 시청자에게 친숙하고 따뜻한 감정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아이의 주체성보다는 아빠의 성장에 방점이 찍힌 구성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반면 ‘마마는 초등학생’은 아이의 몸으로 돌아간 어른의 시선을 통해 육아라는 관계를 복합적으로 바라본다. 이 드라마는 육아를 단지 행동의 문제가 아닌 정체성과 감정, 그리고 삶의 본질적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시키며, 부모로서의 자격과 아이로서의 존재 가치를 함께 탐색한다. 이 방식은 아이의 시선이 단순히 귀엽거나 엉뚱한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감정적 시선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사회에서 육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반영한다. 한국은 여전히 부모 중심, 특히 아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가족 중심 서사에 강점을 보이며, 일본은 감정의 층위와 내면적 연출을 통해 아이와 부모 사이의 감정적 회복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연출 방식의 차이를 넘어서, 육아 콘텐츠의 방향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비교 지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