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 ‘나는 솔로’ vs 일본 ‘테라스 하우스’ – 리얼리티의 진짜와 가짜

manualnews 2025. 6. 25. 16:20

리얼리티 예능은 실제 상황처럼 구성된 프로그램을 통칭한다. 기획의도나 세트같은 틀은 있지만 이외의 부분들은 출연진에게 맡긴다.

리얼리티라는 장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은 “이게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늘 던졌다. 프로그램 속 인물들이 보이는 감정이 실제인지, 아니면 대본에 의한 연출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청자는 ‘진짜 같은 가짜’에도 몰입하고, 때로는 ‘너무 리얼한 진짜’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리얼리티 예능은 ‘현실과 연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나는 솔로>와 일본의 <테라스 하우스>는 비교해볼 만한 대표작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일반인들의 연애’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감정을 다루는 방식, 제작자의 개입, 시청자의 해석 구조는 정반대다. 본 글에서는 이 두 프로그램을 심층적으로 비교해보며, ‘진짜 리얼리티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분석: 한국 나는솔로 와 일본 테라스 하우스-리얼리티의 진짜와 가짜

 

나는 솔로 – 감정의 날 것 그대로, 불편함조차 리얼로 보여준다

한국 예능 <나는 솔로>는 리얼리티 예능의 가장 날 것에 가까운 형태로 불린다. 이 프로그램은 결혼을 진지하게 원하는 남녀 일반인들이 한 공간에 모여 며칠 동안 함께 생활하고 서로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가장 큰 특징은 제작진의 개입이 거의 없고, 출연자들의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출연자들은 방송을 위한 연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이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때로는 충돌하며 오해하고 실수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편집 없이 상당히 직접적으로 보여지며, 시청자들에게는 현실 속 인간관계를 엿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고백을 주저하는 모습, 누군가의 감정을 몰라 불안해하는 표정,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묘한 긴장감은 모두 날 것 그대로의 리얼이다.

한국 시청자는 이러한 불편한 장면을 통해 오히려 더 ‘진짜 같다’는 인식을 갖는다.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나는 솔로’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예능의 본질이 ‘감정을 꾸미지 않는 데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물론 때로는 출연자 간의 언행 논란이나 시청자 비판도 발생하지만, 그것조차 ‘실제 현실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이 더욱 강조된다.

테라스 하우스 – 감정은 정제하고 리얼은 연출한다

일본예능 <테라스 하우스>는 남자3명,여자3명이 한집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일본 예능 <테라스 하우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리얼리티 예능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정교하게 연출된 ‘청춘 드라마’에 가깝다. 이 프로그램은 외모, 성격, 직업이 모두 다른 남녀 6명이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연애와 일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감정은 날 것이라기보다는, 정제되고 계산된 듯한 감정 표현에 가깝다.

촬영 장면은 영화처럼 구성된다. 음악, 조명, 대사 흐름, 카메라 앵글, 컷 분할까지 마치 드라마처럼 아름답고 매끄럽게 편집된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감정도 어느 정도 조율되고 연출된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테라스 하우스>는 방송 이후 감정 연기 유도와 제작진의 개입 논란, 출연자의 정신적 고통 및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큰 사회적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사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실제 감정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출연자들은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이 있어도 이를 정면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에둘러 말하거나 조용히 물러서는 방식으로 감정을 처리한다. 이는 일본 특유의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 ‘타인을 배려하는 언어적 표현법’과 맞닿아 있다. 결국 <테라스 하우스>는 그런 일본적 감정 문화 속에서 ‘갈등이 적고 미화된 청춘의 이야기’를 연출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국과 일본예능의 제작방식은 ‘감정 처리 방식’에 달려 있다

‘나는 솔로’와 ‘테라스 하우스’는 모두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큰 틀 안에 있지만, "감정을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 "얼마나 개입하고 연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혀 다른 답을 내린다. 한국은 리얼리티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려 하고, 일본은 현실을 이상적으로 정리하려 한다. 이 차이는 단순히 방송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가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인간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문화적 반영이다.

한국은 감정이 충돌하고,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그것을 외면하지 않으며, 솔직한 표현을 리얼의 핵심으로 본다. 반면 일본은 조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감정을 순화시키며, 리얼리티조차도 하나의 미적 경험으로 재구성하려 한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각각 다른 방식의 ‘리얼’을 받아들이고 소비한다.

결국 진짜 리얼리티란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환경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제작 방식이 아닌, 그 사회가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타인과 어떻게 연결되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솔로>와 <테라스 하우스>는 바로 그 문화적 정서의 차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