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 ‘연애의 참견’ vs 영국 ‘Naked Attraction’ – 연애 조언 방식의 온도차

manualnews 2025. 6. 26. 14:00

연애는 인간의 가장 사적인 감정 영역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가장 공개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연애 이야기는 타인의 조언과 평가를 통해 드라마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 기준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 조언’을 다룬 프로그램은 단순한 감정 분석을 넘어 사회적 정체성과 문화적 배경을 드러내는 미디어 장르로 작동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연애의 참견>과 영국의 <Naked Attraction>은 매우 대조적인 프로그램이다.
두 방송 모두 연애에 대한 시청자 참여 혹은 피드백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조언의 수준, 감정의 취급 방식,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 자체가 극명하게 다르다.

‘연애의 참견’은 사연자의 감정을 중심으로 도덕성과 정서적 해석을 중시하는 반면, ‘Naked Attraction’은 신체적 호감과 직설적 접근을 통해 연애의 현실성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면, 단순한 포맷의 차이를 넘어 ‘사랑’이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문화적 가치가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 ‘연애의 참견’ vs 영국 ‘Naked Attraction’

‘연애의 참견’: 감정과 도덕, 그리고 정서의 해부학

한국의 <연애의 참견>은 시청자가 보내온 실연 혹은 복잡한 연애 사연을 연예인 패널들과 전문가가 함께 읽고, 이에 대한 의견과 조언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공감’과 ‘도덕적 판단’이 조화를 이루는 연애 상담이라는 점이다.

사연자는 보통 고통받는 입장이거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출연 패널들은 이 사연을 읽으며 심리적인 공감을 바탕으로 한 분석과 현실적인 조언을 함께 제시한다. 특히 한혜진, 서장훈, 김숙 같은 패널들은 성별, 나이, 관계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시선을 던지며,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연애 규범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 프로그램은 연애를 개인의 감정 문제를 넘어, 도덕적 가치 판단과 정서적 책임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바람’이나 ‘집착’, ‘기만’ 같은 요소가 등장하면 패널들은 날카롭게 비판하거나, 때로는 강한 어조로 사연자를 훈계하기도 한다. 이는 한국 사회가 연애를 단순히 개인 간의 감정 교류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책임과 도의적 기준이 결합된 관계로 여긴다는 점을 반영한다.

또한 감정 표현 방식도 매우 절제되어 있다. 사연 속 감정은 대개 글로만 전달되며, 시청자나 패널 모두 해석을 통해 감정을 ‘읽어내는’ 구조에 익숙하다. 이 점에서 <연애의 참견>은 ‘감정을 말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감정을 해석하고 정리하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Naked Attraction: 신체로부터 시작되는 가장 노골적인 연애 조언

반면 영국의 <Naked Attraction>은 연애 조언 프로그램이라는 정의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이 프로그램은 이름 그대로, 출연자가 완전히 벗은 상대의 신체를 보고 그 사람을 선택하는 포맷이다. 선택자는 참가자의 신체 부위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외형을 바탕으로 이상형을 좁혀간다. 최종 선택이 끝나면 두 사람은 옷을 입고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고, 데이트 여부를 결정한다.

이 포맷은 단순한 자극성 예능이 아니라, 연애의 시작점에 대한 솔직한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과연 외모를 보지 않는가?”, “첫인상은 정말 중요하지 않은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방식,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솔직한 심리, 그리고 때로는 상처받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적 구성을 갖고 있다.

‘Naked Attraction’은 영국 사회의 자유주의적 감정 문화와 개방된 신체 표현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출연자들은 외모를 평가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부끄러워하거나 방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신체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연애는 선택이고, 선택에는 조건이 따르며, 그 조건은 숨길 이유가 없다는 사고방식이 전제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연애를 ‘도덕’이나 ‘책임’이 아닌, 본능적 매력의 상호 작용으로 정의한다. 감정은 결과가 아닌 선택을 위한 근거일 뿐이며, 상대방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이는 한국의 <연애의 참견>이 감정의 무게를 강조하는 것과 대조된다.

감정에 공감하는가, 욕망을 인정하는가: 조언 방식에 드러난 문화의 온도차

한국의 <연애의 참견>과 영국의 <Naked Attraction>은 연애를 매개로 한 조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연애를 바라보는 문화적 시선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사랑을 하나의 정서적 공동체로 인식하며, 그 안에서의 갈등과 고통에 공감하고, 때로는 도덕적 판단을 통해 관계의 방향을 제시한다. 반면 영국은 사랑을 개인의 선택과 욕망의 연속으로 보고, 그 선택의 기준조차도 공개하고 토론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연애에 국한되지 않는다. 감정 표현 방식, 인간관계 유지 방식, 타인의 판단을 받아들이는 자세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정서 문화와 연결된다. 한국은 감정의 파동을 신중하게 조율하고, 불편함 속에서도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정서를 강조한다. 반면 영국은 감정보다 선택의 자유와 솔직함을 우선시하며, 누가 옳고 그른지가 아닌 누가 누구에게 끌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결국, 연애 조언 프로그램은 단순한 TV 콘텐츠가 아니라, 사랑을 다루는 사회의 방식과 그 감정의 취급 매뉴얼을 드러내는 미디어 문서다.
‘연애의 참견’은 감정을 ‘정리’하려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Naked Attraction’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담고 있다.

사랑은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그 감정을 말하는 방식은 철저히 문화적이다. 그리고 그 문화의 온도차는, 조언조차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