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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백패커’ vs 캐나다 ‘Still Standing’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2025. 7. 10. 09:00
21세기 예능은 단순한 오락의 기능을 넘어서, 사람과 공간,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복합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 체험형 예능’은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지역민과 교류하거나, 지역만의 특색 있는 삶을 재현함으로써 시청자가 직접 그 지역을 ‘간접 체험’하는 감각을 제공하는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 관광이나 풍경 소개를 넘어,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로컬성’을 드러내는 서사 전략이 숨어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과 캐나다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체험형 예능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tvN ‘백패커’와 캐나다 CBC의 ‘Still Standing’을 들 수 있다. ‘백패커’는 요리 전문가 백종원을 중심으로 한 셰프팀이 전국 각지로 이동하며 현장 요리 미션을 수행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는 이동형 요리 체험 예능이다. 반면 ‘Still Standing’은 캐나다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조니 해리스가 쇠퇴하거나 주목받지 못한 작은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을 펼치는 로컬 다큐·코미디 혼합 콘텐츠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지역을 무대로 하며, 체험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접근 방식, 연출 구조, 감정 설계, 지역의 해석 방식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뚜렷하다. 이 글에서는 ‘백패커’와 ‘Still Standing’을 비교해보며, 로컬 콘텐츠를 예능으로 풀어내는 각국의 전략이 어떻게 다르고, 그 차이가 어떤 정서적·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한국 ‘백패커’: 요리를 통해 지역의 땀과 정서를 전달하는 이동형 체험 예능
‘백패커’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중심으로 한 셰프 4인방이 매주 미션을 받아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 단 하루 안에 수백 명분의 식사를 만들어야 하는 ‘현장 요리형 리얼리티 예능’이다. 주로 군부대, 산업 현장, 사회복지기관, 농촌 등 일상적이지만 평소 주목받지 못한 공간이 촬영 장소로 선정되며, 출연진은 지역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업무 환경과 삶을 관찰한 후 그들에게 맞는 음식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를 도구로 지역을 해석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체력 소모가 많은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고단백 식단을, 중년 여성 근로자들에게는 위장에 부담 없는 정식을 준비하며, 지역민의 일상과 정서를 식단 구성에 반영한다. 출연진은 현장에서 재료를 조달하거나 지역 식문화를 배우며, ‘요리를 통한 정서적 공감’이라는 서사 구조를 완성한다.
연출의 방식은 감정 중심이다. 요리의 결과보다는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화, 실수, 긴장, 땀, 웃음 등 ‘사람의 감정’을 부각한다. 카메라는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의 고군분투, 백종원의 리더십과 팀원 간의 케미, 그리고 식사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음식 너머의 인간적 교류를 강조한다. 이는 한국 예능이 ‘감정 기반 콘텐츠’를 중시하고, 웃음보다는 감동에 집중하는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
‘백패커’는 단순한 요리 예능이 아니다. 음식은 수단일 뿐, 실제로는 지역 사회의 일상성과 노동, 사람의 정서적 풍경을 조명하는 예능형 다큐라고 볼 수 있다. 지역은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출연자는 방문객이 아닌 ‘도우미’ 혹은 ‘공감자’의 위치에서 서사를 완성한다. 이로 인해 ‘백패커’는 지역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위로하는 콘텐츠로 기능하게 된다.
캐나다 ‘Still Standing’: 유머와 관찰을 통해 공동체의 존엄을 회복하다
캐나다 CBC의 ‘Still Standing’은 배우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조니 해리스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도시나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쇠퇴한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찰한 후, 마지막에 마을 사람들을 위한 스탠드업 공연을 펼치는 다큐멘터리형 예능이다. 프로그램은 지역 재생, 정체성 회복, 공동체의 가치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Still Standing’의 핵심은 이야기와 관찰이다. 진행자인 조니는 마을을 돌며 상점, 식당, 농장, 주민센터, 가정집 등 다양한 공간을 방문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엔 경제적 어려움, 자연재해, 역사적 상처, 공동체 해체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동정이 아니라 존중의 시선으로 전달되며, 조니는 그 내용을 정리해 공연이라는 형식으로 지역민에게 되돌려준다.
이 과정에서 웃음은 중요한 장치다. 조니는 주민의 이야기를 토대로 유머러스한 스탠드업 공연을 구성하지만, 그 유머는 결코 가볍거나 대상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겪은 고통을 함께 웃음으로 넘겨보자’는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담는다. 이는 캐나다 문화가 중시하는 공감형 유머, 자아 반성적 태도, 공동체 중심 사고를 콘텐츠 안에 녹여낸 방식이다.
연출은 다큐멘터리적이지만 리듬감이 있다. 인터뷰와 풍경, 역사적 사진, 코미디 리허설 장면, 공연 실황이 교차 편집되며, 감정은 진지함과 경쾌함 사이에서 유동적으로 흐른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지역 사회를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 체감하게 만드는 연출 전략이며, ‘Still Standing’이 단순 예능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예능형 사회 다큐멘터리로 평가받는 이유다.
비교 분석:체험의 시선: 공감의 중심에 서는가, 관찰의 경계에 서는가
‘백패커’와 ‘Still Standing’은 모두 체험형 예능이면서도, 지역을 다루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백패커’는 지역에 ‘들어가서 함께하는’ 내재적 체험 방식을, ‘Still Standing’은 지역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외부자 시선 기반의 구조를 택한다. 전자는 감정적 몰입, 후자는 지성적 해석을 중심에 둔다.
한국의 ‘백패커’는 요리를 통해 지역민의 삶에 직접 개입하며, 그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방식으로 지역을 해석한다. 출연자는 조력자이며, 지역은 대상이 아니라 함께 웃고 먹는 동반자다.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공감과 동질감을 중시하는 한국 예능의 정서적 접근을 잘 보여준다.
반면 캐나다의 ‘Still Standing’은 지역을 ‘이야기화’하면서, 그 내면에 감춰진 갈등과 상처를 유머로 승화한다. 진행자는 관찰자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되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 방식은 거리감을 두면서도 깊은 감정적 리스펙트를 전달하며, 공공적 메시지를 웃음이라는 도구로 전달하는 캐나다식 예능의 지적 감수성을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지역 체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한국은 감정 중심의 ‘동행형 체험’, 캐나다는 이야기 중심의 ‘관찰형 체험’을 선택했다. 이 차이는 단지 포맷의 차이를 넘어서, 각국의 문화에서 ‘지역’, ‘사람’, ‘공감’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를 드러내는 깊은 인문적 함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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