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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SNL코리아’ vs 미국 ‘Saturday Night Live’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2025. 7. 10. 20:00

    풍자(Satire)는 사회와 권력을 비판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적 언어다. 고대 희극에서도, 18세기 유럽의 문학에서도, 그리고 현대 미디어에서도 풍자는 늘 권력과 진실 사이의 균형을 조율하는 수단이었다. 특히 TV와 디지털 미디어의 확장 이후, ‘정치 풍자 예능’은 단순 웃음을 넘어서 시사 의식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전달하는 대중문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포맷은 단연 미국 NBC의 ‘Saturday Night Live’ (SNL)이고, 이 포맷을 기반으로 탄생한 한국의 ‘SNL코리아’는 한국식 문화와 정서를 결합해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정치, 사회, 경제 이슈를 스케치 코미디나 패러디 형태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를 공유하지만, 표현의 수위, 다루는 이슈의 무게, 사회적 반향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한국 ‘SNL코리아’와 미국 ‘SNL’을 비교 분석하며, 각국의 정치 풍자 예능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중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웃음이라는 방식으로 권력을 해석하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이 차이가 문화적 맥락, 표현의 자유, 방송 시스템, 시민의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해석함으로써, 풍자 예능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조망해본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SNL코리아’ vs 미국 ‘Saturday Night Live’

    한국 ‘SNL코리아’ :현실을 비틀되, 웃음의 선을 지키는 전략

    한국의 ‘SNL코리아’는 2011년 tvN에서 처음 방송된 이후, 한국식 스케치 코미디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미국 ‘SNL’의 포맷을 기반으로 하되, 한국적 캐릭터와 현실 풍자를 가미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진화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극한직업’, ‘더빙극장’, ‘위켄드 업데이트’, ‘미운 우리 팀장님’ 등의 코너는 사회 구조, 직장 문화, 권력의 위계, 대중 심리를 날카롭게 비틀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방송 환경은 미국과 다르다. 표현의 자유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정치적 비판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직접적인 정치인 풍자는 자제하거나 우회적으로 연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여당, 정부기관을 풍자할 때 실제 인물을 직접적으로 지칭하기보다는 익명화하거나, 이름을 비틀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우회적 전략은 때로는 유머의 날을 무디게 만들지만, 동시에 한국 시청자의 정서에 맞는 공감 코드를 형성하기도 한다. 직장 내 갑질, 공무원 시스템, 청년 실업, 교육 불평등 같은 구체적인 사회 문제를 ‘웃픈 현실’로 재구성하면서도, 시스템 비판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이중구조가 특징이다. 이런 코드는 특히 ‘청춘시대’, ‘극한알바’ 같은 코너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또한 ‘SNL코리아’는 주로 연예인 호스트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게스트의 캐릭터를 풍자와 접목시켜 웃음의 강도를 조절한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은 정치 풍자보다는 연예인 희화화와 생활 밀착형 사회 풍자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이게 되며, 이는 한국 방송 환경에서 정치적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작용한다.

    미국 ‘Saturday Night Live’ :웃음의 끝은 권력, 풍자의 전통을 지키다

    1975년 NBC에서 첫 방송된 ‘Saturday Night Live’는 미국의 정치 풍자 코미디의 전통을 대표하는 방송이다. 이 프로그램은 수십 년간 미국 대통령, 상원 의원, 대법관, 백악관 보좌관 등 실존 정치인을 직접적으로 패러디하고 풍자하는 방식으로 정권과 대중 사이의 긴장을 유희화해왔다. 이를 통해 SNL은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건강 지표’ 역할을 해온 미디어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SNL’은 정치인을 풍자할 때 실명 언급은 물론, 외모, 언행, 음성, 정책 등 모든 요소를 과감하게 패러디한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등 역대 대통령 모두 SNL의 주요 소재였으며,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중, 알렉 볼드윈이 트럼프를 패러디한 시리즈는 국제적 화제를 모았고, 정치 풍자 코미디가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과감한 풍자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영향이 크다. 방송사 역시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며, 풍자의 수위나 주제를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 이는 SNL이 정치 비판을 ‘위험한 행위’가 아닌 ‘민주주의의 일부’로 이해하는 문화 속에서 자유롭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준다.

    SNL의 연출은 고도로 연극적이고 실시간성에 기반한다. 각 코너는 라이브 무대에서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며, 현장 관객의 반응을 통해 공감과 저항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는 풍자가 단순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공감의 퍼포먼스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며, 미국 대중이 웃음을 통해 권력을 견제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비교 분석 :풍자의 수위와 웃음의 전략, 민주주의를 말하는 방식

    ‘SNL코리아’와 ‘Saturday Night Live’는 모두 정치 풍자를 예능 콘텐츠로 풀어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풍자의 범위, 감정의 리듬, 방송 환경의 제약, 시청자의 기대치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권력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가’이다. 미국 SNL은 실제 정치인을 명명하고 모사하는 직설형 풍자를 구사하지만, 한국 SNL은 간접적으로 비판하거나 익명화하는 완충형 풍자를 선택한다.

    이 차이는 단지 방송국의 기획 의도가 아니라, 사회적 표현의 자유 수준과 정치 풍자에 대한 수용 문화의 차이를 반영한다. 미국은 정치 풍자를 표현의 자유와 권력 견제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풍자를 논란 유발 요소, 정치 편향성 의심, 방송 심의 위반 가능성 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또한 코미디 연출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국 ‘SNL코리아’는 편집 중심의 웃음, 캐릭터 중심의 상황극, 호스트 위주의 코너 구성으로 구성되며, 웃음을 가볍고 빠르게 소비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반면 미국 SNL은 현장 퍼포먼스와 라이브 반응 중심, 그리고 정치적 맥락을 전제로 한 고차원적 유머를 사용하는 등 웃음을 ‘생산적인 메시지 도구’로 설계한다.

    결과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정치 풍자 예능’이라는 같은 틀을 쓰고 있지만, 한국은 현실 비판을 웃음에 녹여 부담을 줄이는 방식, 미국은 웃음을 이용해 권력을 직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차이는 단지 포맷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웃음을 통해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거부하는가에 대한 집단적 감정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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