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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지구마불 세계여행’ vs 독일 ‘Wer weiß denn sowas?’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2025. 7. 11. 09:00
지식은 무겁고 퀴즈는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예능 콘텐츠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최근에는 여행과 게임, 퀴즈를 결합한 혼합형 예능 포맷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퀴즈는 더 이상 책상 위 지식이 아니라, 현장을 이동하며 감각적으로 풀어가는 콘텐츠가 되었고, 이는 시청자에게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몰입과 경험을 제공하는 ‘움직이는 교양 예능’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tvN ‘지구마불 세계여행’과 독일의 ARD ‘Wer weiß denn sowas?’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퀴즈와 여행, 게임의 삼각 구도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능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이름처럼 세계 여행을 보드게임 형태로 재현하며, 예능적 드라마와 실제 이동을 결합한 예측불가형 퀴즈 여행 콘텐츠다. 반면 ‘Wer weiß denn sowas?’는 독일의 지상파 프라임타임을 책임지는 정통 퀴즈 쇼 포맷으로, 유쾌한 진행자와 게스트, 팀별 대결, 지식 확장형 문제 구성을 통해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퀴즈라는 동일한 구조를 바탕으로 하지만, 퀴즈를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며, 시청자의 감정과 참여를 어떻게 설계하는지는 문화적으로 크게 다르다. 이 글에서는 ‘지구마불 세계여행’과 ‘Wer weiß denn sowas?’를 비교하며, 퀴즈 포맷이 국가별로 어떻게 재해석되고, 예능화되는지를 분석해본다.
한국 ‘지구마불 세계여행’ :예능과 퀴즈가 섞인 여행형 리얼 버라이어티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신서유기’ 제작진이 기획한 새로운 방식의 글로벌 퀴즈 여행 예능이다. 출연진은 보드게임 형태로 도시를 선택하고, 퀴즈와 미션을 통해 해당 지역으로 실제로 이동해 미션을 수행하는 여정을 겪는다. 여기에서 퀴즈는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기능을 넘어, 여행의 방향을 결정하고, 체험의 조건을 설정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퀴즈의 예능화다. 문제는 대개 세계 지리, 역사, 현지 언어, 관습 등 해당 지역과 연결된 테마형 문제로 구성되며, 출연자들은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현지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실제로 체험해야만 답을 알 수 있는 형식을 겪는다. 이는 시청자에게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체험하게 하는 서사 구조를 제공한다.
또한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출연자 간 관계, 리액션, 드라마적 구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게임의 규칙은 즉흥적이고 유동적이며, 연출은 퀴즈보다 인간 관계의 반전과 여행지에서의 해프닝을 중심으로 감정을 설계한다. 이 때문에 퀴즈는 프로그램의 핵심이기보다는, ‘진행을 위한 장치’ 혹은 ‘에피소드 생성용 장르’로 활용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예능 특유의 예능-정보 혼합 구조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퀴즈 문제 자체는 깊이보다는 접근성에 무게를 둔다. 고난이도 문제보다는, 상식이나 유쾌한 트릭형 문제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출연자와 시청자가 함께 ‘놀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로 인해 ‘지구마불’은 정보 전달 예능이라기보다는, 게임형 교양 여행 예능이라는 하위 장르를 개척하게 된다.
독일 ‘Wer weiß denn sowas?’ :지식을 게임처럼, 정보를 유쾌하게 확장하는 퀴즈쇼
‘Wer weiß denn sowas?’(직역: ‘그런 걸 누가 알겠어?’)는 2015년부터 ARD(독일 공영방송)에서 방영 중인 정통 퀴즈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독일 내에서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퀴즈쇼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독일식 정보 중심 프로그램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본 포맷은 두 명의 유명인 게스트가 두 고정 진행자 중 한 명과 팀을 이뤄 다양한 문제를 푸는 대결 구조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퀴즈의 깊이와 학습 효과를 함께 설계했다는 점이다. 출제되는 문제는 과학, 역사, 스포츠, 심리학, 생물학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문제마다 ‘왜 정답이 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 영상이 따라붙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시청자가 정보를 체계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양형 퀴즈 포맷이다.
진행자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엘튼(Elton)과 카이 플라우메(Kai Pflaume)는 각각 다른 스타일의 진행을 구사하며, 출연자와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유쾌한 진행과 가벼운 농담, 스튜디오 분위기의 활기는 지식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친근함을 입히는 데 효과적이다. 이로써 ‘Wer weiß denn sowas?’는 정보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조를 완성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시청자 참여 시스템이다. 관객석 양쪽에 있는 방청객들은 각각 한 팀을 응원하며, 최종 점수에 따라 실제로 경품을 나눠 갖게 된다. 이 현장형 참여 방식은 몰입감과 경쟁심을 동시에 자극하며, 퀴즈쇼가 단순 시청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집단적 학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비교 분석 :퀴즈는 장치인가 목표인가? 국가별 지식 콘텐츠 전략의 차이
‘지구마불 세계여행’과 ‘Wer weiß denn sowas?’는 모두 퀴즈를 핵심 도구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지만, 퀴즈를 다루는 방식, 시청자와의 상호작용, 콘텐츠의 중심 서사 구조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지구마불’은 퀴즈를 게임과 여행 사이의 연결 장치로 사용하며, 독일의 ‘Wer weiß denn sowas?’는 퀴즈 자체를 콘텐츠의 중심으로 두고 정보 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다.
이 차이는 각국의 예능 소비 문화와 교양 콘텐츠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 예능은 기본적으로 감정 중심의 몰입과 인간 관계의 서사 구조에 기반을 두며, 정보는 서브 장르로 기능한다. 따라서 퀴즈는 ‘게임을 위한 장치’로써 활용되며, 시청자는 퀴즈의 정답보다 출연자의 리액션과 상황 전개에 더 큰 재미를 느끼는 구조를 선호한다. 이는 한국의 리얼리티 기반 예능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
반면 독일은 지식 전달에 대한 신뢰성과 깊이를 유지하는 동시에, 이를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내는가에 집중한다. 퀴즈는 게임이자 학습의 기회이며, 출연자는 실수나 유머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되, 문제를 풀고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의 중심으로 유지된다. 이 구조는 독일이 가진 공영방송 중심의 공공 교육형 콘텐츠 전통을 반영하며, 시청자 또한 “퀴즈쇼는 배움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한 시청자 참여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지구마불’은 간접 참여형 콘텐츠로, 시청자는 출연자와 함께 간접 여행을 즐긴다. 반면 ‘Wer weiß denn sowas?’는 현장 중심의 직접 참여형 퀴즈쇼로, 관객의 반응과 보상 체계를 통해 적극적인 관여를 유도한다. 이 차이는 콘텐츠가 개인적 감정 소비 중심이냐, 공동체적 학습 중심이냐의 차이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퀴즈 예능이라는 공통된 장르 아래,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기대를 반영해 진화해온 콘텐츠다. 한국은 퀴즈를 예능화하고, 독일은 예능을 퀴즈화함으로써,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식의 대중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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