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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 ‘구해줘! 홈즈’ vs 미국 ‘Fixer Upper’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2025. 7. 11. 18:00

    ‘집’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이 반영된 가장 내밀한 공간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주거 공간은 경제적 현실, 개인의 취향, 가족 구조, 라이프스타일의 총체적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방송 콘텐츠에서도 ‘집’을 다룬 예능은 사적 공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장르로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재건축, 리모델링, 주택 탐색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대리 체험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표 포맷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MBC ‘구해줘! 홈즈’와 미국 HGTV의 'Fixer Upper’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주거 콘텐츠를 구성해왔다. ‘구해줘! 홈즈’는 실제 의뢰인의 예산과 조건에 맞는 매물을 연예인 코디들이 찾아 소개하는 부동산 매물 탐색 예능이며, ‘Fixer Upper’는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통해 낡은 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재건축 중심 리모델링 리얼리티 쇼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집’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방송의 구성 방식, 문제 해결 방식, 시청자 감정 설계, 그리고 주거 문화에 대한 인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구해줘! 홈즈’와 ‘Fixer Upper’를 비교 분석하여, 각국이 집을 콘텐츠화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 ‘구해줘! 홈즈’ vs 미국 ‘Fixer Upper’

    한국 ‘구해줘! 홈즈’: 현실적 조건 속에서의 타협과 선택의 미학

    2019년부터 방송된 ‘구해줘! 홈즈’는 “집을 찾고 있는 실수요자를 대신해 연예인 팀이 직접 나서 매물을 소개하고 경쟁”하는 예능이다. 주택 구매 또는 전세·월세 이사 등을 준비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두 팀이 제한된 시간 안에 매물을 조사해 최종 선택을 유도한다. 프로그램은 실제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밀착되어 있으며, 의뢰인의 조건(예산, 직장 위치, 반려동물, 방 개수 등)이 명확하게 제시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선택의 과정에 드라마를 입히는 연출 방식이다. 집을 고르는 과정에서 MC들과 패널은 ‘여기 좋다’, ‘이건 좀 아쉽다’, ‘예산 대비 괜찮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토론하며, 마치 시청자도 함께 고민에 참여하는 느낌을 준다. 이로써 시청자는 “나도 저 조건이라면 저 집을 선택했을까?”라는 대리 선택 욕망을 충족하게 된다.

    연출 방식은 예능적이다. 자막은 유쾌하고, 코디들의 리액션은 과장되며, 공간 소개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설명으로 꾸며진다. ‘신혼부부를 위한 밝은 주방’, ‘반려견을 위한 마당’, ‘출퇴근이 편한 역세권’ 등 현실적 조건이 감성적 언어로 번역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사회적 성취와 감정적 안정을 상징하는 대상임을 반영한다.

    또한 ‘구해줘! 홈즈’는 대도시의 고질적인 주거 불균형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좁은 공간, 높은 전세가, 교통 조건에 따른 가격 변동 등은 출연자들의 말과 리액션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웃음과 정보 사이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예능적 톤으로 포장된다.

    미국 ‘Fixer Upper’: 낡은 집을 재탄생시키는 리모델링의 드라마

    미국의 ‘Fixer Upper’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방영된 HGTV의 대표적인 리모델링 예능 프로그램으로, 부부 출연자인 칩 게인스와 조안나 게인스가 텍사스 와코 지역을 중심으로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의뢰인의 드림하우스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중심에 둔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낡은 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변화’의 서사를 구성한다.

    ‘Fixer Upper’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적 개조를 통한 공간의 재해석이다. 낡은 주택의 단점은 과감히 철거하고, 새로운 구조 설계와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공간의 성격을 완전히 바꾼다. 이는 단순히 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리디자인하는 행위로 해석되며, 출연자 조안나의 디자인 미학은 미국 내 트렌드를 이끄는 수준의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

    프로그램의 진행은 전문성과 감성의 균형을 유지한다. 칩은 현장의 공사를 맡고, 조안나는 디자인과 데코를 책임지며, 그 과정은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끝에는 늘 ‘드라마틱한 공개’가 기다리고 있다. 낡은 외관이 ‘와우’ 소리가 나올 만큼 변신한 집으로 바뀌고, 의뢰인의 감격적인 눈물은 변화의 서사적 감정 클라이맥스로 연출된다.

    중요한 것은 이 콘텐츠가 미국의 자기주도적 주거 문화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중산층 가정이 오래된 집을 구매해 스스로 수리하거나 개조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따라서 ‘Fixer Upper’는 시청자에게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나도 할 수 있다”는 실용적 영감을 제공하며, 실제로 수많은 팬이 따라 하기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비교 분석:선택의 리얼리티 vs 변화의 미학, 집에 담긴 문화의 결

    ‘구해줘! 홈즈’와 ‘Fixer Upper’는 모두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한 예능이지만, 집을 바라보는 시선, 콘텐츠 구성 방식, 연출의 중심 감정선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집을 ‘현실 조건 속에서 타협하며 고르는 대상’으로, 미국은 ‘잠재력을 발굴해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접근한다.

    ‘구해줘! 홈즈’는 부동산 시장의 냉혹한 현실과 사람들의 요구 조건을 절충하며, “내게 맞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은 웃음과 감탄, 정보 제공을 통해 유쾌하게 전개되지만, 그 이면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 좁은 공간, 교통·교육 환경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깔려 있다. 결국 이 예능은 현실에 기반한 선택의 예능이다.

    반면 ‘Fixer Upper’는 낡고 오래된 집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으며, “변화는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프로그램은 단지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제안하고, 주거 공간을 자기주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청자에게 설득한다. 이는 자산이 아닌 공간 자체의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와 연결된다.

    또한 콘텐츠 서사의 구조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구해줘! 홈즈’는 매물 탐색이라는 반복적 형식을 기반으로, 소소한 정보와 리액션을 중심에 둔 회차형 포맷이고, ‘Fixer Upper’는 하나의 집이 ‘낡음 → 갈등 → 설계 → 감동’으로 이어지는 드라마 구조를 따라가는 서사형 포맷이다. 이 차이는 예능의 소비 리듬과 감정의 몰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두 프로그램은 집이라는 같은 키워드를 통해, 한국은 실용성과 생존 중심의 주거 리얼리티, 미국은 감성적 변화를 중심으로 한 공간 드라마를 그려내며, 각국의 주거 문화와 삶에 대한 태도를 거울처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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