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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마음의 소리’ vs 미국 ‘Brené Brown: The Call to Courage’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2025. 7. 27. 09:00

    현대 사회에서 불안과 감정 문제는 더 이상 개인만의 내밀한 고통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 경제적 불안정성, 자기 확신 부족, 정체성 혼란 등은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일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불안과 심리를 다룬 콘텐츠들은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고, 특히 예능이나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공감’과 ‘용기’를 테마로 감정 전달 방식에 집중하는 콘텐츠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대표적인 콘텐츠가 한국의 ‘마음의 소리’와 미국의 ‘Brené Brown: The Call to Courage’다. ‘마음의 소리’는 원작 웹툰의 코미디 요소를 바탕으로 가족 내 불안, 자아의 해체, 감정 억제 문화 등을 풍자적으로 풀어낸 시트콤 형식의 콘텐츠다. 반면 브레네 브라운의 강연형 다큐 ‘The Call to Courage’는 취약함(vulnerability)과 용기(courage)를 주제로 심리적 두려움과 자기 개방을 정면으로 다루는 심층 스피치 콘텐츠다.

    두 콘텐츠 모두 불안과 감정을 핵심 주제로 삼지만, 전달 방식, 감정 설계, 문화적 접근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감정을 간접화하고 유머와 과장을 통해 완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미국은 정면 승부를 통해 개인의 감정을 구조화하고 사회적 메시지로 확장한다. 이 글에서는 ‘마음의 소리’와 ‘The Call to Courage’를 비교해, 감정을 콘텐츠화하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연출법의 차이를 정교하게 분석해보겠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한국 ‘마음의 소리’ vs 미국 ‘Brené Brown: The Call to Courage’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의 한국 ‘마음의 소리’

    ‘마음의 소리’는 원작 조석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시트콤 스타일의 웹드라마다.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로 확산되었고, 조정석, 김대명, 정상훈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한국의 유머 코드와 일상 풍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콘텐츠는 단순한 일상 코미디를 넘어, 한국식 감정 억제와 불안 구조를 유쾌하게 해체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 작품에서 감정은 직접적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아버지의 권위에 눌린 가족들, 주인공의 답답한 사회 생활, 부모와 자식 간의 언어 부재 등은 모두 웃음이라는 형태로 표현된다. 가족 간의 충돌이나 사회적 압박은 갈등이 아닌 과장된 유머, 기괴한 행동, 반응 과잉 등의 방식으로 비틀려 표현된다. 이는 한국 사회가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정서 문화’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마음의 소리’가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처리하면서도, 그 불편함이 오히려 감정적 공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웃음을 통해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우리 아빠도 저랬어”라는 방식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이는 감정의 완전한 표출이 아닌 공감의 회로를 거친 간접 표현 방식으로 작동한다.

    결국 ‘마음의 소리’는 불안을 고백하지 않는다. 대신 웃음으로 숨기고, 과장으로 포장하고, 상징으로 교체한다. 이러한 연출 전략은 감정이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아도 시청자의 감정 회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한국형 감정 설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감정 억제와 체면 중심 문화, 그리고 감정을 드러내는 데 대한 사회적 눈치를 콘텐츠적으로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의 미국 ‘Brené Brown: The Call to Courage’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로, ‘취약함’과 ‘용기’, ‘수치심’에 대한 강연과 저서로 전 세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그녀의 넷플릭스 스페셜 <The Call to Courage>는 강연 형식의 감정 다큐멘터리로,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하는 것이 왜 진정한 용기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감정의 직접성이다. 브레네는 강연 내내 자신의 경험과 실패를 거침없이 공유한다. 자신이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실수로 인해 어떤 수치를 느꼈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 감정이 어떻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자산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미국식 감정 표현의 대표적 특징인 직설적이고 정면승부형의 감정 설계가 잘 드러난다.

    또한 <The Call to Courage>는 단지 개인의 이야기만 다루지 않는다. 감정은 철저히 사회적 연결의 출발점으로서 기능한다.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고, 불안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공동체적인 회복과 심리적 연대에 대한 미국식 철학을 드러낸다. 이는 감정의 자기 고백을 ‘나약함’이 아닌 ‘진정한 강함’으로 해석하는 문화적 코드로 이어진다.

    감정을 포장하거나 완충하지 않고, 정확한 단어와 사례를 통해 고백하는 방식은 한국 콘텐츠와 확연히 다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꼈고, 그것은 옳다’는 브레네의 메시지는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표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한다. <The Call to Courage>는 감정이 약점이라는 편견을 깨고, 사회적 치유의 시발점으로 감정을 강조하는 정면형 감정 콘텐츠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결과 감정의 ‘은유’ vs 감정의 ‘고백’, 두 방식의 사회적 뿌리

    ‘마음의 소리’와 ‘The Call to Courage’는 모두 불안과 감정의 복잡성을 다루는 콘텐츠지만, 표현 전략, 사회적 태도, 감정의 위계 인식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감정을 우회하고, 미국은 감정을 직면한다. 이는 단순히 방송 형식의 차이가 아닌, 각 문화권의 감정 처리 방식과 감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체면, 인내, 함축, 간접 표현을 중시한다. 감정을 숨기고, 돌려 말하며, 비유로 감정을 풀어내는 구조가 일상에서도 보편적이다. ‘마음의 소리’는 이와 같은 문화적 맥락에서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도 웃음과 유머를 통해 해석하게 만드는 감정 회로를 구성한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지만, 그 감정은 시청자의 내면에서 되살아나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은 감정 표현을 자기 주장과 자기 확신의 일환으로 간주한다.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며, 타인과의 연결을 위해서라도 감정의 이름을 정확히 붙이고, 그 감정을 소유해야 한다는 문화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브레네 브라운의 강연은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감정을 숨기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자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치유와 연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따라서 두 콘텐츠의 감정 설계 방식은 단순한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서, 감정이 ‘나의 것’인지, ‘사회적 맥락 속의 것’인지에 대한 문화적 태도 차이를 반영한다. 한국은 감정을 노출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사회적 충돌을 줄이기 위해 은유와 유머, 상징을 활용한 완충형 감정 구조를 채택한다. 미국은 감정 표현 자체가 치유와 용기의 출발점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감정의 직접화를 선택한다.

    결국 ‘마음의 소리’는 감정을 덜어내기 위해 웃고, ‘The Call to Courage’는 감정을 꺼내기 위해 말한다. 둘 다 불안을 치유하려는 시도지만, 불안을 다루는 언어, 형식, 거리감, 사회적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이처럼 콘텐츠 속 감정 연출 방식은 그 사회가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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