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분석:한국 ‘스트릿 우먼 파이터’ vs 미국 ‘World of Dance’ – 춤을 바라보는 두 시선의 차이

manualnews 2025. 6. 28. 09:00

무용(춤)은 인간이 가장 본능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언어보다 빠르고, 표정보다 직접적이며, 리듬과 신체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의 감정을 동시에 담아내는 예술 장르다.현대 방송에서 춤을 주제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경연 콘텐츠가 확산된 것은,단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 사회가 춤이라는 행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기 위한 문화적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와 미국의 <World of Dance>는각각 ‘댄스 배틀’이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지만,무대 연출,참가자 구성,평가 기준,시청자 몰입 방식 모두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스우파’는 여성 댄서들의 연대와 사회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리얼리티+경연 콘텐츠이며,‘World of Dance’는 기술, 난이도,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를 보여주는 대회형 프로그램이다.

이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면, 단순히 무대 구성의 차이를 넘어 춤을 예술로 보는가, 스포츠로 보는가,그리고 춤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한 문화적 인식의 깊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분석:한국 ‘스트릿 우먼 파이터’ vs 미국 ‘World of Dance’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춤을 통해 ‘여성’과 ‘존재감’을 증명하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Mnet이 2021년에 처음 선보인 댄스 리얼리티 경연 프로그램이다.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정상 여성 스트릿 댄서 팀들이 출연하여 배틀을 벌인다는 점이다.이전까지 춤은 대부분 남성 중심으로 소비되었고, 여성 댄서들은 무대 뒤편 ‘백업’의 이미지로만 소모되곤 했다.그러나 스우파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고,여성 댄서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춤을 통해 자신의 예술성, 자존감, 정체성을 증명하게 만들었다.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댄스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팀워크, 리더십, 감정 서사, 사회적 메시지가 모두 얽혀 있다.예를 들어 ‘계급 미션’이나 ‘맨 오브 우먼 미션’ 같은 과제는 단지 누가 잘 추느냐가 아니라,누가 더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에 방점이 찍힌다.또한 스우파는 카메라 워크, 음악 구성, 편집 톤에서부터 여성 댄서들의 매력을 극대화하면서도 불필요한 성적 대상화를 배제하고,‘강한 여성, 멋진 여성, 존중받아야 할 여성’이라는 내러티브를 강화한다.시청자 역시 이 프로그램을 보며 단지 "춤 잘 춘다"가 아닌,"그녀들의 삶, 노력, 팀워크에 감동한다"는 정서적 몰입을 경험한다.즉, 스우파는 춤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와 문화적 전환을 시도한 대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World of Dance: 기술과 퍼포먼스의 극치, ‘춤 그 자체’에 집중하다

반면 미국 NBC의 <World of Dance>는 세계 최고의 댄스 실력자들이 출연하는 정통 퍼포먼스 기반 경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글로벌 댄스씬에서 활약하는스트릿 댄서, 발레리노, 컨템포러리 댄서, 재즈, 락킹, 팝핀, 힙합 등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국제 경연 무대로서의 성격을 가진다.이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은 명확하다. 퍼포먼스의 완성도,기술 난이도, 음악 해석력,무대 구성력, 독창성 등 매우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지표에 따라 평가된다.심사위원 역시 제니퍼 로페즈, 네요, 데렉 허프 등현역 예술가이자 업계 영향력이 큰 아티스트들로 구성되며,그들의 심사는 단순 감정이 아닌,전문성과 시장성을 반영한 프로페셔널 시선을 기반으로 한다.

<World of Dance>는 예술성과 오락성을 모두 갖춘 쇼로서 춤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완성도에 집중하며, 감정보다는 기술로 말하는 프로그램이다.그 안에서 참가자의 국적, 성별,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오로지 무대 위에서 몇 분간의 퍼포먼스로 얼마나 큰 임팩트를 주는가가 기준이 된다.이는 미국 문화가 예술을 기능적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예술은 감동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역량의 집약이라는 시선이<World of Dance>라는 콘텐츠의 중심 철학을 이룬다.

 춤은 움직임을 넘어 메시지가 된다: 두 나라가 춤을 해석하는 방식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World of Dance’는 모두 댄스를 중심으로 한 대형 프로그램이지만,그들이 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한국의 <스우파>는 춤을 사회적 정체성의 해방 도구로 활용한다.댄서들의 경쟁보다 그들이 춤을 통해 어떤 존재감을 만들어 가는지,그리고 춤이 개인의 서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시한다.감정, 팀워크, 갈등, 성장, 연대라는 키워드가 무대 뒤와 앞을 모두 지배한다.반면 <World of Dance>는 춤을 예술성과 기술력으로 평가하는 무대 중심 콘텐츠로 바라본다.댄서는 말보다는 동작으로 감탄을 유발해야 하고,예술이란 결국 결과물의 완성도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철학이 프로그램 전반에 흐른다.이러한 차이는 단지 방송 포맷의 차이가 아니라,각 나라가 예술과 감정을 어떻게 정의하고, 무대 위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대한 문화적 가치관의 차이다.한국은 춤을 통해 인간의 서사를 말하려 하고,미국은 춤을 통해 예술적 우월성과 퍼포먼스 역량을 증명하려 한다.결국, 춤이라는 하나의 장르도 누가, 어디서, 어떤 맥락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전혀 다른 문화적 메시지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콘텐츠가 바로<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World of Danc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