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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금쪽같은 내 새끼’ vs 프랑스 ‘Super Nanny’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2025. 7. 17. 09:00

    육아는 개인의 일이자 동시에 사회의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단지 부모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 교육 제도, 문화, 가치관, 심리학, 미디어 등이 얽혀 있는 복합적 사회현상이다. 특히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행동이나 감정적 불안은 단순히 “그 집 문제”로 보기엔 너무 많은 함의를 품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 방송 콘텐츠는 아이와 부모 사이의 갈등, 그리고 그 해결 과정을 전문 코칭을 통해 보여주는 형식을 채택하며 대중의 공감과 논쟁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의 채널A ‘요즘 육아 - 금쪽같은 내 새끼’와 프랑스 M6 채널의 ‘Super Nanny’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출연 가정의 문제 행동을 진단하고 코칭하는 육아 리얼리티이며, ‘Super Nanny’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보육 및 가정교육 전문가가 문제 가정에 들어가 엄격한 규율과 구조 속에서 아이와 부모를 동시에 훈련시키는 코칭형 프로그램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문제가 있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고, 그 해결을 통해 감동과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훈육의 방식, 연출 전략, 감정 설계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금쪽같은 내 새끼’와 ‘Super Nanny’를 비교 분석하며, 육아를 어떻게 콘텐츠화하고, 아이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석하는가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살펴본다.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금쪽같은 내 새끼’ vs 프랑스 ‘Super Nanny’

    한국 ‘금쪽같은 내 새끼’ :감정 중심 육아, 공감과 치유의 리얼리티

    ‘금쪽같은 내 새끼’는 2020년부터 방송된 채널A의 대표적인 가족 리얼리티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의 일상을 CCTV 및 관찰 영상으로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은영 박사가 부모에게 심리적 원인과 개선 방향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 분노, 고함, 통제 불능 행동, 폭력성 등 다양한 문제를 전문가의 해석을 통해 이해 가능한 서사로 재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의 감정 설계는 매우 섬세하다. 연출진은 아이의 감정 폭발 장면이나 부모의 무기력함을 강조하되, 과잉 자극보다는 공감 유도를 중심에 둔다. 전문가의 해설은 냉철하되 단호하지 않으며, 진단은 구조적이고 분석적이되, 해결은 정서적 지지와 반복적 시도를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순히 ‘남의 집 구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도 이럴 수 있다”는 감정적 동화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부모가 먼저 변해야 아이가 바뀐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부모의 양육 방식, 감정 조절 능력, 언어 습관, 부부 갈등 등이 아이의 행동 문제로 이어지는 과정을 심리학적 용어가 아닌 일상 언어로 해석해주는 오은영 박사의 중재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 자산이다. 이러한 구조는 ‘육아는 지식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한국 육아의 정서 기반과 깊이 맞닿아 있다.

    물론 비판도 존재한다. 일부 시청자는 특정 행동이 자극적으로 편집되어 아이에게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전문가의 코멘트가 과연 한 회 방송으로 충분히 개입 가능하냐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한다. 그러나 ‘금쪽같은 내 새끼’는 여전히 아이의 감정과 부모의 상처를 조명하는 가장 대중적인 창구로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 ‘Super Nanny’ :규율과 구조 중심의 훈육 리얼리티

    프랑스의 ‘Super Nanny’는 2005년부터 M6 채널에서 방영된 장수 육아 코칭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영국 포맷을 원작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보육 전문가(수퍼 내니)가 일주일 동안 해당 가정에 직접 들어가서,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재훈육하는 방식이다. 콘텐츠의 중심은 규율과 일상 구조의 확립, 그리고 부모의 권위 회복에 있다.

    이 포맷은 아이를 ‘감정적으로 보살펴야 할 존재’가 아니라, ‘훈육 가능한 주체’로 설정한다. 프로그램이 집중하는 것은 아이의 감정보다 행동의 교정이다. 수퍼 내니는 일정, 식사 습관, 잠자기, 청소, 형제 간 갈등, 부모의 통제력 등 일상의 리듬과 규칙을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본다. 이때 훈육의 도구로 타임아웃(벌점 의자), 침묵 지시, 명확한 규칙화가 자주 등장한다.

    연출 또한 매우 직접적이다. 문제가 반복되면 수퍼 내니는 단호한 말투와 몸짓으로 개입하고, 부모에게도 행동을 바로잡도록 압박을 가한다. 시청자는 수퍼 내니의 지시에 따라 가정이 조금씩 정리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질서 회복의 서사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프랑스 사회가 아이에게 부여하는 시민으로서의 자율성과 책임감이라는 교육 철학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육아의 어려움을 공감하기보다는 해결의 명확한 과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감정적 공감보다는 행동 변화와 권위 구조의 회복이 중심인 만큼, 정서적으로 울림이 크지는 않지만, “문제를 단호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된다. 이는 프랑스식 공공교육과 부모 권위주의가 콘텐츠 속으로 이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비교 분석 :감정 중심의 치유형 서사 vs 규율 중심의 행동 교정 서사

    ‘금쪽같은 내 새끼’와 ‘Super Nanny’는 모두 육아 문제를 공론화하고, 콘텐츠로 재가공하여 대중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문제 해결 방식,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부모의 위치 설정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아이의 감정과 부모의 상처를 함께 들여다보는 감정 중심 서사, 프랑스는 아이의 행동과 부모의 권위를 재정립하는 규율 중심 서사를 택했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심리학과 공감의 언어를 통해 육아 문제를 서사화한다. 아이의 짜증, 고함, 폭력성 뒤에는 부모의 애착 부족, 불안정한 환경, 무관심, 혹은 과잉 통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문가의 해설로 풀어주며, 시청자는 이를 통해 감정적 이해와 자가 반성의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 방식은 육아를 ‘함께 아파하고 회복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반면 ‘Super Nanny’는 문제를 감정적으로 풀기보다 행동적으로 개입하는 구조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야 하고, 부모가 흔들리면 전문가가 훈육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시한다. 이 방식은 시청자에게 육아의 기술적 구조와 통제력을 회복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동시에, 권위와 규칙의 회복이 곧 사랑의 표현이라는 교육 철학을 전한다.

    결국 두 프로그램은 육아를 감정과의 전쟁이냐, 규율과의 타협이냐라는 선택지로 제시한다. 한국은 공감과 치유, 프랑스는 질서와 실천에 방점을 둔다. 시청자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자”는 메시지를, ‘Super Nanny’를 통해 “아이의 행동부터 바로잡자”는 메시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차이는 결국 각 나라가 육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정서의 안정이냐, 행동의 질서냐,를 반영하는 동시에, 미디어가 육아를 어떻게 말하고 해석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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