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콘텐츠 시장에서 ‘인물 중심 프로그램’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장르로 성장했다.사람은 결국 사람을 보고 배우며,그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자기 삶을 투영하거나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집사부일체>와 미국의 <MasterClass>는 모두‘한 사람의 삶과 철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콘텐츠라는 공통점을 갖는다.그러나 이 두 프로그램은 그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그리고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태도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드러낸다.‘집사부일체’는 대중적 인물(사부)과 출연자들이 하루를 함께 지내며 그의 철학을 간접 체험하는 관찰 예능형 인물 콘텐츠이고,‘MasterClass’는 세계적인 인물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온라인 강의형 콘텐츠다.두 프로그램은 모두 인물에 집중하지만,깊이와 방식, 시청자 몰입 구조, 콘텐츠 철학에서 매우 다르게 설계되었다.이 차이는 결국, ‘사람을 배우는’ 문화적 관점의 차이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집사부일체: 함께 먹고 자며 ‘사람’을 체험하는 한국식 인간관계 콘텐츠
<집사부일체>는 2017년 SBS에서 첫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으로,이승기, 양세형, 육성재 등 출연진이 매주 한 명의 사부(師父)를 찾아가 하루 동안 그의 삶을 함께 체험하며 배운다는 포맷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체험을 통한 간접 배움’이다.사부가 단순히 강의하거나 인터뷰하는 방식이 아니라,출연자들이 직접 그 사부의 집에서 자고, 함께 음식을 먹고,그의 루틴을 따라하며 일상을 체험한다.이 과정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도록 구성된다.예를 들어, 체조 선수 양학선 편에서는 이른 새벽 훈련, 식단 관리, 멘탈 루틴을 함께 겪으며 성공의 뒤편에 있는 고통과 인내를 체험하는 서사가 펼쳐진다.
이러한 구조는 시청자로 하여금 그 사람을 단순히 ‘위대한 인물’이 아닌,‘삶을 함께 체험한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무엇보다 <집사부일체>는 한국인의 관계 지향적인 문화와 잘 맞아떨어진다.한국 사회는 지식보다 태도, 말보다 행동, 이론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진정성을 중요시한다.그래서 단순히 사부가 좋은 말을 하는 것보다,그가 어떤 아침을 먹는지, 가족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같은
일상의 디테일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구조다.이러한 포맷은 시청자에게 ‘배움은 거리에서 오고, 공감은 생활에서 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관계 속 체험을 통해 배우는 한국적 배움의 미학을 잘 구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MasterClass: 압축된 경험과 지식을 시청자에게 ‘직접 전송’하는 미국식 엘리트 콘텐츠
<MasterClass>는 미국에서 2015년부터 서비스된 온라인 강의형 콘텐츠 플랫폼으로,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강의 형식으로 전하는 프리미엄 콘텐츠다.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정보 전달 방식이 일방향적이지만, 매우 깊고 정제되어 있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세계적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영화 미장센과 인물 연출을,요리사 고든 램지는 재료 손질과 조리 철학을,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스토리텔링 기법을 20강 내외로 정리해 전달한다.짧은 시간 안에 가장 압축적이고 유효한 노하우를 제공하는 고밀도 강의인 셈이다.<MasterClass>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보다,그가 축적한 전문성과 통찰력에 집중한다.카메라 앵글, 조명, 음악까지 모두 시네마틱하게 연출되며,지식을 소비하는 시청자에게 ‘내가 지금 누구에게 배우고 있는가’라는 권위를 선명하게 각인시킨다.이러한 방식은 미국 사회의 교육 철학, 자율 학습 문화, 전문성에 대한 신뢰와 잘 맞아떨어진다.미국은 관계보다 시스템을 중시하고,‘내가 누구와 밥을 먹었는가’보다 ‘무엇을 배웠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따라서 <MasterClass>는 친밀감보다는 지식 소비의 가치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다.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단 한 사람의 삶을 다큐처럼 들여다보는 콘텐츠라기보다는,그 사람의 생각과 기술을 배우는 일종의 디지털 도서관에 가깝다.
인간을 통해 배우는 방식의 문화적 미학
‘집사부일체’와 ‘MasterClass’는모두 사람을 통해 배우는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지만,사람을 바라보는 관점, 배움에 접근하는 태도, 시청자와의 거리는 극명하게 다르다.<집사부일체>는 사람을 ‘함께 살아보고 느껴야 이해할 수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경험 중심, 관계 기반, 감정 몰입형 콘텐츠를 지향한다.사람을 단지 업적이나 지식이 아니라삶을 살아온 시간과 정서로 구성된 존재로 해석하는 것이다.반면 <MasterClass>는 사람을 배움의 도구로 전환하며,그가 가진 전문성을 효율적으로 전달 가능한 콘텐츠로 구조화한다.시청자는 강의를 통해 ‘이 사람처럼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배우며,자기계발과 자기 목표 설정의 도구로 인물을 소비한다.두 프로그램 모두 훌륭하지만,그들이 보여주는 인물 중심 콘텐츠의 철학은 완전히 다르다.한쪽은 정서와 체험, 다른 한쪽은 지식과 효율에 가치를 둔다.이 차이는 결국,우리가 타인을 통해 배우는 방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그리고 그 배움이 ‘공감’에서 출발하는가, 아니면 ‘정보’에서 출발하는가에 대한 문화적 해석의 차이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