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냉장고를 부탁해’ vs 영국 ‘MasterChef’

manualnews 2025. 7. 1. 18:00

요리 예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음식이라는 소재는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경쟁’이라는 요소가 더해질 경우 몰입감은 한층 강화된다. 한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JTBC)와 ‘MasterChef UK’(BBC)는 바로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비교 포인트를 제공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요리 실력을 기반으로 한 경쟁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실력 검증의 기준과 과정, 연출 방식, 심리적 긴장감 구성법은 매우 다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제한된 시간과 식재료 속에서 셰프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으며, 출연자의 인지도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구성이 특징이다. 반면, 영국의 ‘MasterChef’는 일반인부터 시작해 셰프의 영역에 도달하는 과정을 다루며, 냉정하고 정통적인 요리 평가 시스템을 통해 실력을 검증한다. 이 글에서는 두 프로그램의 포맷을 중심으로, 요리 예능에서의 실력 검증 시스템이 어떻게 다르게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시청자 몰입 방식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심층 분석한다.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냉장고를 부탁해’ vs 영국 ‘MasterChef’

실력 검증의 구조: ‘즉흥성과 창의성’ vs ‘단계적 평가 시스템’

‘냉장고를 부탁해’는 스타 셰프들이 게스트의 냉장고 속 재료를 즉석에서 확인하고, 제한된 15분 동안 요리를 완성하는 포맷을 채택했다. 이 프로그램의 실력 검증은 즉흥성과 창의성, 그리고 시간 압박 속에서 얼마나 완성도 높은 요리를 내놓을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셰프들은 완성된 요리를 앞에 두고 게스트와 MC, 관객의 반응을 통해 간접적인 평가를 받는다. 정량적 기준이 아니라 호감도와 창의성, 퀄리티에 대한 감각적 판단이 주가 된다. 이로 인해 실력보다는 ‘쇼맨십’과 '아이디어 전쟁'에 가까운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반면 ‘MasterChef’는 훨씬 더 구조화된 실력 검증 방식을 사용한다. 참가자는 일반인 출신으로 시작하지만,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요리법, 프레젠테이션, 맛의 정밀성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전문 셰프와 미식 전문가의 평가를 받는다. 평가 기준은 명확하며, 점수화되거나 탈락의 근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요리에 대한 심층 질문과 주방 내 행동, 위생, 협업 능력까지 포함된 다각적 평가가 이뤄진다. 특히 ‘기술 테스트’, ‘인벤션 테스트’, ‘외부 미션’ 등의 단계별 서바이벌 방식은 참가자 개개인의 성장 서사를 가능하게 만든다. 즉, MasterChef는 실제 요리 경연이 아닌, '셰프로의 성장 서사'를 담은 포맷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를 가진다.

연출 방식과 몰입도 구성: 예능적 감성 vs 리얼리티 기반 스토리

‘냉장고를 부탁해’는 철저히 예능적 감성 위에서 연출된다. 출연 셰프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 빠른 편집과 자막, 그리고 유쾌한 분위기의 MC 진행이 시청자 몰입도를 높인다. 요리는 하나의 무대이고, 셰프는 그 위의 퍼포머다. 요리 결과물의 완성도보다는 제한 시간 내 요리를 완성해내는 ‘쇼’ 자체에 의미가 부여된다. 예를 들어, 박준우 셰프의 맛 설명, 정창욱 셰프의 화려한 칼질 등이 시청자들에게는 일종의 볼거리다. 이는 전문 요리보다는 ‘캐릭터 쇼’에 가까운 구성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MasterChef’는 다큐멘터리적 리얼리티에 기반한 구성으로 진행된다. 참가자의 눈물, 실패, 긴장감, 극적인 탈락과 합격 장면 등 스토리텔링 중심의 리얼리즘이 강조된다. 심사위원은 냉철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참가자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드러낸다. 연출은 극적 구성과 함께 클로즈업, 심리 음악 등을 사용해 시청자의 공감과 몰입을 유도한다. 특히 참가자의 성장 곡선이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시청자는 요리 그 자체뿐 아니라 ‘성장 서사’에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이러한 리얼리즘 기반 연출은 요리 실력의 실제 증명과 감정적 몰입을 모두 충족시키는 장점이 있다.

문화적 맥락과 글로벌 수용 가능성의 차이

두 프로그램의 포맷 차이는 각국의 문화적 특성과 방송 소비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은 빠른 속도감, 유머, 감정 표현을 선호하는 시청 문화가 강하며, 출연자 간의 호흡과 캐릭터 중심의 내러티브가 인기를 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러한 문화적 코드에 부합하며, 짧은 시간에 빠른 몰입감을 줄 수 있는 구조를 통해 시청자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한 요리 교육 프로그램이나 글로벌 수출 포맷으로의 확장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실력 증명보다는 예능적 재미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반면 ‘MasterChef’는 글로벌 포맷화에 매우 성공한 예능 중 하나다.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호주, 인도,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로컬 버전이 제작되었으며, 공통적으로 ‘실력 기반의 검증 시스템’과 ‘성장 내러티브’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 방식은 국가와 언어, 문화가 달라도 수용 가능한 보편성을 가지며, 참가자의 성취와 실패를 통해 인간적인 감정을 전 세계 시청자와 공유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요리를 단순한 기능이 아닌, 예술이자 커리어로 접근하는 서구적 인식이 프로그램 포맷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결과적으로, MasterChef는 포맷의 수출 가능성과 영향력 면에서 냉장고를 부탁해보다 넓은 확장성과 지속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