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지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식문화까지 담아내는 다층적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 체험 예능’은 특정 지역의 자연, 사람, 음식, 풍경을 체험하면서 시청자에게 감성적 여운과 정보 전달을 동시에 제공하는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한국의 ‘삼시세끼’(tvN)와 일본의 ‘식탐정(孤独のグルメ)’은 각국의 대표적인 지역 체험·음식 예능으로 평가받는다.
‘삼시세끼’는 출연자들이 자연 속 집에서 자급자족하며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프로그램은 요리를 위한 준비과정, 노동, 자연과의 교감에 중점을 두며, 음식은 결과물이자 과정의 일부로 다뤄진다. 반면, 일본의 ‘식탐정’은 음식점 탐방 포맷의 내레이션 드라마 형식으로, 로컬 음식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식사 순간의 몰입이 중심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지역성과 음식을 결합했지만, 표현 방식과 연출 전략,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정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삼시세끼’와 ‘식탐정’을 중심으로, 지역 체험 예능에서 음식과 장소가 어떻게 콘텐츠로 승화되는지, 그리고 각국의 연출 방식이 지닌 문화적 코드와 서사 전략을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예능을 넘어선 로컬 콘텐츠의 미래 방향성을 살펴본다.
한국 ‘삼시세끼’: 노동과 요리가 하나되는 자연 밀착형 포맷
‘삼시세끼’는 2014년 시작 이래 다수의 시즌을 통해 자연 속 삶의 소소한 재미와 음식의 본질적인 가치를 조명해왔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요리 자체보다는 ‘어떻게 그 음식을 만들게 되었는가’라는 과정 중심의 내러티브에 있다. 출연자들은 시골집에서 숙식하며 주변 자연환경에 맞춰 생필품을 조달하고,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거나 수확해 요리 재료로 활용한다. 제작진은 철저히 개입을 줄이며, 느린 호흡, 풍경 위주의 화면 구성, 출연자의 자발적 대화를 통해 몰입감을 유도한다.
‘삼시세끼’는 음식의 미학을 강조하기보다는, 사람과 자연이 관계 맺는 방식 속에서 음식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다큐형 예능에 가깝다. 대표 출연자인 차승원은 요리 장인 캐릭터로 발전하며, 자연 속에서의 '즉흥 레시피'를 통해 요리의 창의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 과정을 통한 ‘힐링’, 현실적 감성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며, 시청자는 음식보다 출연자들의 노동, 땀, 대화에 감정 이입하게 된다.
또한 ‘삼시세끼’는 지역의 계절감, 환경, 풍경, 생활 리듬 등을 시각적으로 차분하게 담아냄으로써 로컬 콘텐츠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제주, 고창, 정선 등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지역성이 강조되며, 시청자에게 단순한 음식 예능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일본 ‘식탐정’: 로컬 푸드에 집중된 감각적 서사 포맷
일본 ‘식탐정(孤独のグルメ)’은 한 중년 남성이 업무 중 지역 식당을 찾아가 식사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내레이션 중심의 음식 탐방 드라마다. 이 프로그램은 실존하는 식당에서 촬영하며, 로컬 음식에 대한 감각적 묘사, 내부 인테리어, 요리사의 손길, 음식이 조리되는 소리 등 디테일에 집착한다. 주인공은 식사 내내 말없이 음식을 먹고, 속으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된다.
‘식탐정’은 음식 자체를 서사적 주인공으로 다룬다. 로컬 식당은 단순 배경이 아니라, 문화와 기억, 향토성의 총체적 상징으로 기능하며, 시청자는 한 끼 식사를 통해 한 지역을 깊이 체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일본 특유의 섬세한 감각 묘사는 음식의 색, 질감, 소리, 향까지 전달하며, 시청자는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때 음식은 단순히 ‘먹는 대상’이 아니라 정서적 위로와 생활의 중심으로 제시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인간적인 감정선, 고독, 피로, 만족감 등을 음식과 연결해 서술함으로써, 단순한 푸드 예능이 아닌 일상의 리듬과 감정의 층위를 담아내는 감성형 콘텐츠로 확장된다. ‘식탐정’은 요리하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식사 행위 그 자체를 통해 음식과 삶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독특한 시선을 제공한다.
포맷 비교와 지역 체험 콘텐츠의 글로벌 가능성
‘삼시세끼’와 ‘식탐정’은 모두 지역성과 음식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지만, 표현 방식과 시청자 몰입 구조는 정반대다. ‘삼시세끼’는 출연자의 노동과 관계, 요리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힐링과 인간 관계의 회복을 그리며, “함께 만드는 즐거움”을 중심에 둔다. 반면 ‘식탐정’은 혼자의 식사, 그 감정과 감각에 집중하면서 “혼자 먹는 의미”, 즉 개인화된 정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한국은 공동체 중심, 정서적 유대, 관계 지향적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삼시세끼’의 포맷이 자연스럽게 공감된다. 반면 일본은 개인 중심 문화와 고독의 미학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며, ‘식탐정’의 1인 시점 내러티브가 큰 지지를 받는다. 이 두 콘텐츠는 각각 지역성을 매개로 한 문화적 자화상이며, 음식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통해 전혀 다른 문화 코드와 심리 구조를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삼시세끼’는 해외에서 리메이크되기 어려운 포맷이다. 출연자 개인의 팬덤, 관계성, 한국 시골 정서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반면 ‘식탐정’은 구조가 단순하고 로컬 푸드 중심의 감각적 접근이 명확해, 다양한 나라에서 유사한 포맷으로 재해석되기에 유리하다. 이는 지역 체험 예능이 단순히 지역을 ‘배경’으로 활용할 것인가, ‘주제’로 끌어올릴 것인가에 따라 글로벌화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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