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해외 예능 포맷 비교 분석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벌거벗은 세계사’ vs 미국 ‘Pawn Stars’

manualnews 2025. 7. 2. 15:00

과거에는 예능과 교양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예능은 웃음을, 교양은 지식을 담당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두 장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취미 기반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부상하고 있다. 이 장르는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면서도 정보를 전달하고, 동시에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 포맷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교과서적 지식이나 전문가 영역에 머물러 있던 콘텐츠들이 스토리텔링과 예능적 요소를 결합하여 대중적으로 소비 가능한 형태로 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벌거벗은 세계사’와 미국의 ‘Pawn Stars’는 취미 기반 예능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대중에게 역사의 재미와 맥락을 제공하는 교양형 예능이다. 반면 ‘Pawn Stars’는 수집품 감정과 골동품 거래를 소재로 하면서, 그 안에 담긴 문화적 맥락과 시대적 배경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역사’와 ‘수집’이라는 취미 영역을 중심으로, 정보와 재미를 어떻게 조합하는지, 그리고 시청자와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이 글에서는 ‘벌거벗은 세계사’와 ‘Pawn Stars’의 포맷을 비교하며, 정보 예능의 교양적 접근법과 콘텐츠 전략의 차이를 분석한다.

 

한국과 해외예능 포맷 비교 분석:한국 ‘벌거벗은 세계사’ vs 미국 ‘Pawn Stars’

한국 ‘벌거벗은 세계사’: 역사 콘텐츠의 대중화 실험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역사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예능 포맷으로 가볍게 풀어낸 프로그램이다. ‘벌거벗는다’는 표현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전문가와 방송인이 함께 출연하여 역사적 사건을 풀어가는 구성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 회 다른 주제를 다루며, 프랑스 혁명, 알렉산더 대왕, 냉전시대 등 전 세계의 주요 역사 이슈를 다룬다. 제작진은 스토리텔링, 시각 자료, 배우들의 짧은 재연, BGM과 편집 효과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드라마처럼 구성하여 시청자에게 몰입감을 준다.

특히 이 포맷은 지루하지 않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강의하지 않고, 방송인 MC나 게스트가 질문을 던지고 반응을 하며, 시청자가 마치 강의실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역사 토크쇼’를 보는 듯한 친숙한 감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회차에서는 그의 리더십, 전투 전략, 인간관계 등을 중심으로 풀어가며 역사적 사건을 인물 중심 스토리로 재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연대기 서술이 아닌 감정 이입 가능한 콘텐츠 설계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방식은 단점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예능화된 연출, 반복되는 리액션, 다소 얕은 정보 전달이 ‘진짜 교양 예능인가?’라는 의문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전문가의 깊이 있는 해석보다는 가볍고 대중적인 접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학술성과 깊이 있는 지식 전달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거벗은 세계사’는 역사라는 콘텐츠를 대중적으로 소화 가능한 포맷으로 가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미국 ‘Pawn Stars’: 일상의 물건 속에서 문화를 캐내는 정보 예능

미국 히스토리 채널의 대표 프로그램 ‘Pawn Star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실제 전당포(골동품 매장)를 배경으로, 손님이 가져온 물건을 감정하고 흥정을 통해 거래하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쇼다. 이 포맷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골동품 거래처럼 보이지만, 물건의 역사, 출처, 사용된 시대적 맥락을 설명하며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교양적 정보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19세기 링컨 대통령 서명 문서가 등장하면, 그 배경과 역사적 의미까지 함께 설명되며, 시청자는 단순한 거래 장면을 넘어서 역사의 일부를 체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Pawn Stars’는 정보 전달 방식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감정 전문가가 등장해 실제 가치를 판정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도를 확보하며, 물건에 대한 설명은 짧고 간결하지만 정확한 팩트 중심이다. 또한, 출연진 간의 유쾌한 농담과 가족 간의 갈등이 예능적 재미를 더해주면서, 교양성과 리얼리티, 예능이 절묘하게 결합된 포맷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대표적인 취미 중 하나인 ‘빈티지 수집’과 ‘역사적 가치 소비’의 문화를 반영하며, 일상의 취미가 어떻게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Pawn Stars’가 시청자에게 정보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설명 중심 포맷과는 다르게, 시청자가 스스로 흥미를 가지게 만드는 방식으로 교양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다. 정보는 일상의 상황 속에서 발견되고, 출연자의 캐릭터와 사연, 그리고 물건에 담긴 히스토리를 통해 서사 구조가 구축된다. 결과적으로 ‘Pawn Stars’는 예능이라는 장르 속에 교양을 스며들게 한 자연스러운 정보 예능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포맷의 전략적 차이와 취미 기반 정보 예능의 미래

‘벌거벗은 세계사’와 ‘Pawn Stars’는 모두 취미와 지식, 예능을 결합한 정보 기반 예능 콘텐츠지만, 콘텐츠 설계 철학은 확연히 다르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역사를 드라마처럼 구성해 감성적으로 전달하며,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정서적 장치를 적극 활용한다. 반면 ‘Pawn Stars’는 사실에 기반한 짧은 설명과 실제 사례 중심의 서사를 통해 정보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이 차이는 한국 예능이 감정과 정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설계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미국 예능은 정보 그 자체보다는 그 정보를 재미있는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능력에 강점을 둔다는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또한 한국은 전문가의 존재를 강조하고, ‘학습형’ 구조를 띠는 반면, 미국은 캐릭터 기반의 정보 서사를 구성한다. 한국의 시청자는 ‘알고 나면 유익한 정보’를 기대하며, 미국 시청자는 ‘이야기 속에서 지식을 발견하는 재미’를 추구한다. 이는 교양 콘텐츠가 어떻게 포맷화되어야 대중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통찰을 제공한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확산되고 콘텐츠의 국경이 사라진 지금, 정보와 취미, 예능의 결합 포맷은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한국적 콘텐츠 감성과 시각 자료 활용의 뛰어난 사례이며, ‘Pawn Stars’는 단순한 일상도 교양 콘텐츠로 확장 가능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성공적인 취미 예능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식’에 답이 있다.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흘려주는 방식, 공감 가능한 서사와 캐릭터의 힘, 그리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 설계가 미래의 교양 예능을 결정할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